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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환갑 넘은 규제법으로 인터넷은행 혁신 감당하겠나

인터넷전문은행의 예비인가 신청을 위한 컨소시엄 구성이 한창인 가운데 임원 구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현행 은행법에는 은행 임원 자격이 '금융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춘 자'로 규정돼 있어 이대로라면 금융경험이 거의 없는 정보통신기술(ICT) 인력은 모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융혁신을 위한 변신을 외치면서도 정작 주요 정책 결정을 책임지는 임원은 이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는 셈이다. 이래서는 금융혁신은 고사하고 산업자본과 금융자본 간 갈등만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의 출발은 사업 자체는 혁신을 표방하면서 관련 규제와 감독체계는 과거에 얽매여 있다는 점이다. 은행산업을 규제하는 은행법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1950년. 최근 인터넷은행에 대비해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지만 기본 골격은 여전히 전통은행에 맞춰져 있다. 새로운 금융기법들이 종종 은행법 외곽에 방치되는 이유다. 여윳돈을 가진 사람이 중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개인 대 개인(P2P) 대출이 대부업에 묶여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상품 개발 역시 개인정보보호에 묶여 진전이 없다. 고객이 요구하기 전에 알아서 필요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인다는 것도, 은행산업의 선진화를 이루겠다는 금융당국의 목표도 공염불이 될 공산이 커졌다.

다행히 금융당국이 문제를 인식하고 은행법 중 임원 관련 규정에 대한 재검토에 나섰다고 한다. 또 내년에는 인터넷은행을 위한 은산분리 완화와 최저자본금 하향 등 은행법 개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안 된다. 혁신을 위해서는 소규모 자본도 은행에 도전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추고 빅데이터와 위치정보를 상품 또는 서비스 개발에 활용하는 등의 적극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대체 입법을 마련하는 일도 고려해봄 직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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