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진작부터 '올해 2%대, 내년 3%대 성장'이라는 잿빛 전망을 내놓았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달 정부 전망치(올해 3.3%, 내년 4%) 달성이 불가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실질 성장률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와 내년까지 3년 내리 잠재성장률을 밑돌게 된다. 한마디로 저성장의 고착화 증세다.
원인이 구조적이냐 순환적이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분명한 것은 경기의 불씨를 완전히 꺼뜨려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소비와 투자 주체들의 경기심리가 자포자기 상태에 빠질 경우 그것을 회복시키는 데 엄청난 국가적 비용을 치러야 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1일 정례회의를 개최한다. 금통위는 지난 7월 기준금리를 3.25%에서 3%로 인하한 뒤 2개월 연속 동결했다. 경기상황과 물가수준만 본다면 인하 요인이 있었지만 당시 미국의 양적완화 시행 여부와 우리 정부의 재정확대 효과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정부는 총 14조원 규모의 재정을 더 푸는 경기부양 카드를 이미 꺼내 들었다.
더 이상 손 놓고 지켜볼 상황이 아니다. 선진국의 돈 풀기 경쟁이 원화가치를 끌어올려 수출전선은 더 어려워지게 돼 있다. 금리인하는 원화가치 상승 압력을 완화시키면서 장단기 금리격차 해소에도 일조할 것이다. 금리인하가 가계빚을 늘린다는 지적도 있으나 부채의 양적 증가보다 질적 악화, 다시 말해 빚을 갚지 못해 가계가 파탄되고 금융부실이 확대되는 게 더 문제다. 지난해 물가상승기에 금리를 인상하지 않은 것과 같은 실기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지금 금리인하에 주저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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