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곡물가격 상승의 여파로 식품 가격이 물가를 자극할 조짐을 보이면서 그동안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의 없다고 판단하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방어 태세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지난 6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달에 비해 0.1%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생산자물가는 지난 3월과 4월 각각 0.1%, 0.2% 하락한데 이어 5월에는 3년 만에 최대 폭인 1%나 하락하며 3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가 이번에 상승 반전했다.
시장에서 예상했던 0.4% 하락을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또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0.7% 올랐다.
생산자 물가의 반등을 이끈 것은 식품과 휘발유 가격이었다. 지난달 식품 가격은 0.5%, 휘발유는 1.9% 상승했다. 또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생산자물가도 전월 대비 0.2% 상승했으며, 전년 동월 대비로도 2.6% 올랐다.
생산자물가가 예상을 뒤엎고 상승함에 따라 FRB가 시장에서 기대하는 3차 양적완화(QE) 등 저금리를 유도하는 경기 부양책을 쓸 경우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 때문에 FRB 내부에서도 양적완화에 대한 신중론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공개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도 양적완화를 언급한 위원은 전체 12명 중 4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생산자물가가 0.1% 상승한 것으로는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가 지속되고 있고 중국의 경기 둔화가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에 물가가 급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다이와캐피털마켓의 마이클 모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 시점에서 인플레이션은 걱정하지 않는다”면서 “원자재 가격 하락과 미국 및 글로벌 성장 둔화가 향후 수 개월간 물가를 억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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