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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23기 중 7기 멈춰 겨울 전력난 현실화하나

■ 한빛 3호기 또 가동 중단<br>피크철 앞두고 잦은 고장<br>부품위조 3기 재가동도 지연


겨울철 전력 피크가 불과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 원자력발전소들이 잦은 고장을 일으키면서 겨울철 전력 수급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지난달 말 고리 1호기(58만kW)가 고장으로 멈춰선 가운데 4일 한빛 3호기(100만kW)마저 가동이 중단되면서 이대로 겨울 전력 보릿고개를 넘길 수 있겠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5월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사태로 멈춰선 신고리 1호기·2호기 등 원전 3기의 재가동 시점까지 늦춰져 올 겨울에도 원전발(發) 전력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원전 23기 중 7기가 이미 고장 등으로 멈춰 섰다.

한수원에 따르면 이날 오전8시45분께 정지된 한빛 3호기는 발전기에서 생산된 전기의 전압을 높이는 주변압기와 변전소로 연결되는 전력선의 절연 기능 이상으로 가동 중단됐다. 원자력 발전소는 원자로에서 나오는 증기의 힘으로 발전소 터빈을 돌리고 전기를 생산하는데 최종적으로 전기를 내보내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한수원의 한 관계자는 "원자로는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터빈발전소 계통에서 문제가 생겼다"며 "원자로가 정지된 상황이 아닌 만큼 이 부분이 복구되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승인 없이 빠른 시일 내에 재가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날 멈춰선 한빛 3호기의 경우 부품이 확보될 경우 이르면 이번주 중으로도 한수원 자체 판단에 따라 재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앞서 고장으로 멈춰선 고리 1호기는 고장 원인이 여자기(발전기에 전력을 공급하는 장치)의 접지 불량 때문으로 밝혀졌다. 한수원은 해당 부품을 교체하고 원안위에 재가동 승인을 요청했으며 원안위는 이번주 말께 고리 1호기의 가동을 승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고리 1호기와 한빛 3호기 모두 다행스럽게도 원자로와 직접적 연관이 없는 부품이 고장을 일으킨 것으로 나타나 빠른 시일 내에 복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자질구레한 원전 고장이 하필 겨울 피크철을 앞두고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비전력이 충분한 상태라면 원전 1~2기 정도의 일시적 고장은 감내할 수 있다. 하지만 올 겨울 예비전력은 공급이 수요에 못 미칠 정도로 아슬아슬한 상황이라 이날처럼 원전 1기만 불시에 정지해도 바로 비상 상황이 닥칠 수 있다. 정부가 어느 때보다 원전을 치밀하고 안전하게 운영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겨울 최대 전력 수요는 8,000만kW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데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로 멈춰선 원전 3기가 1월 초까지 재가동되지 못하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발생한다.

상황이 이쯤 되니 그간 수차례 위기를 겪었으면서도 피크철 원전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산업부와 한국수력원자력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산업부는 최근 2차 에너지기본계획 등을 통해 앞으로도 원전을 주요한 기저 발전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지만 막상 원전의 관리 감독에는 여전히 취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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