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명동이나 강남 등 시내 번화가뿐만 아니라 병원에서도 어렵지 않게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을 볼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에서 발간한 한국의료관광 총람에 따르면 의료관광을 위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환자 수는 지난 2010년 8만여명으로 2007년 8,000명에 비해 10배 증가한 수치다. 진료수익도 1,032억원에 달했다.
인도ㆍ싱가포르ㆍ태국 등 일찍이 의료관광에 눈을 돌린 동남아 국가들은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는 치밀한 정부 정책과 국민의 자본주의적 시각이 맞물려 성공적인 의료관광 모델을 정착시켰다. 외국인 환자 진료를 담당하는 민간병원은 환자의 입원일수나 의료비 등을 유연하게 조정하면서 외국인 환자가 만족할 만한 의료서비스를 적절하고 기민하게 제공하고 있다. 또 관광청ㆍ경제개발원ㆍ무역개발국 등 정부기관은 공동으로 의료지원기관인 '싱가포르 메디슨'을 설립해 의료관광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외국인 환자 유치의 중요성을 인식한 우리 정부도 한국관광공사 내 의료관광 전담조직을 설립해 외국인 환자에 대한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나 싱가포르, 태국 등에 비해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며, 의료기관을 위한 정부의 지원은 늘 인색하다.
한국관광공사는 오는 2020년 치료를 받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환자가 1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인 환자 한 명이 유발하는 생산 효과는 1인당 약 700만원에 달한다.
병원을 국민 복지를 위한 의료서비스 제공자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를 이끌어 갈 미래성장동력산업의 주도자로 바라보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것도 이런 이유다. 정부의 지원과 병원의 의료서비스가 적절히 접목될 때 '의료관광대국'으로서의 성장 가능성은 무한할 것이다.
지난해 해외환자 유치 실적 1위로 메디컬코리아 '외국인환자유치'대상을 수상한 세브란스병원은 연간 5만여명의 외국인 환자를 진료하며 해외환자 진료의 첨병 역할을 해왔다.
1962년 외국인진료소를 시작으로 반세기 동안 외국인 환자 진료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하고 국제의료기관평가(JCI) 인증 등 의료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높인 결과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는 외국인 환자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 의술은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위암이나 로봇수술의 경우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런 우수한 의료기술과 최고의 의료서비스, 선진국의 10분의1에 불과한 의료비는 우리의 경쟁력이다. 민간의 노력에 발맞춰 의료기관과 해외 환자를 위한 정부의 지원이 보다 구체화될 때 외국인 환자 1,000만명 시대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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