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당연히 해야 할 업무에 대해서도 공무원에게 예산성과금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예산을 아끼자고 도입한 예산성과금제가 되레 혈세를 낭비하고 있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일 서울경제신문이 서울ㆍ경기 등 전국 10개 광역자치단체를 대상으로 2012년 예산성과금 지급 내역을 조사한 결과 5개 시도에서 최소 12건에 5,000만원가량의 예산성과금을 잘못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성과금은 예산을 절약하기 위해 노력한 공무원이나 부서에 절감액 일부를 성과금으로 제공함으로써 예산을 아껴보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경기도는 연 이율 4.85%로 발행된 지방채를 지난해 3.5%로 다시 발행해 이자비용 16억원을 아꼈다며 예산담당관에게 1,000만원의 성과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지난 한 해 동안 금리가 꾸준히 내렸기 때문에 더 싼 이자의 채권을 다시 발행하는 것은 담당부서의 특별한 노력이 아니라 당연한 업무로 봐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 서울시도 지난해 60억원어치의 채권을 싼 이자로 다시 발행했지만 예산성과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시 운영규칙에는 환율ㆍ금리ㆍ공공요금 변경으로 예산 지출이 자연스레 감소할 경우 예산성과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못 박아뒀기 때문이다.
국가 예산을 따내 시도 예산을 아끼는 데 기여했다며 예산성과금을 지급한 지방자치단체도 수두룩했다. 서울시는 정부로부터 기대하지 않았던 교부금 2,850억원을 받았다며 세제과에 1,000만원의 성과금을 줬다. 광주광역시는 국유지를 무상으로 인수하는 데 기여했다며 성과금 300만원을 지급했고 대구시는 대구기상대 이전 과정에서 국비를 확보한 담당 직원들에게 격려금 100만원을 줬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자체가 국가에서 받은 예산을 '의존재원'으로 분류해 수입이 늘었다고 보지 않는다. 예산성과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시민 입장에서는 같은 사업을 할 때 시 예산을 쓰나 정부 예산을 쓰나 똑같은데 지자체는 당장 자기 주머니에서 돈을 아꼈다며 세금으로 포상금을 내준 셈이다.
이 밖에 정부가 주도한 국가정보통신망 사업에 참여해 예산을 절감한 사례를 지자체의 노력이라고 포장하거나 자치구가 걷어오던 도로점용료를 시에서 걷었다며 수입이 늘었다고 예산성과금을 주는 등 지자체의 예산성과금 지급 행태는 제멋대로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자체가 무리하게 예산성과금을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며 "자체 감사나 감사원의 기관운영감사를 통해 잘못이 나오면 돈을 돌려받거나 지방 교부세를 깎는 등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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