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내 신장의 가치는 900달러다

■레드마켓, 인체를 팝니다(스콧 카니 지음, 골든타임 펴냄)

뼈부터 혈액·머리카락 까지 인체 파는 '레드마켓' 파헤쳐

장기이식 10%, 암시장서 유통… 매매 금지하지만 수요는 늘어


#3대째 뼈를 매매하던 인도의 비스워스에게 시체를 구하는 일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비스워스는 묘지와 영안실, 화장용 장작더미에서 시체를 빼돌렸다. 시체를 그물에 넣어 강에 담가두면 강에 사는 박테리아와 물고기가 살점을 떼어 먹었고, 일주일 후 물러진 시체를 사람들이 문질러 가마솥에 넣고 물과 수산화나트름을 부어 끓였다. 그렇게 한때 살아 숨쉬던 인간은 살이 모두 녹은 채 뼈로 남았다. 일주일 정도 햇볕에 말린 뼈를 염산에 담갔다 빼면, 비스워스의 상품 제작은 끝이 났다. 그리고 캘커타 의대의 해부학 교실, 의료용품 회사로 흘러들어갔다.

#인도 타밀나두 지역에 사는 '라니'라는 여성은 장기 적출 수술을 받은 후 가볍게 걸을 때조차 심각한 통증에 시달린다. 가난이 문제였다. 온종일 술만 마시는 남편, 결혼지참금 없이 시집왔다는 이유로 매질을 당하다 농약을 마신 딸. 라니는 결국 신장을 팔기로 했고, 브로커는 라니에게 딸의 치료비 명목으로 900달러를 줬다. 상처가 아물기도 전 퇴원한 라니는 뒤늦게 알게 됐다. 장기 적출로 자신은 날품팔이조차 할 수 없는 몸이 됐다는 것. 그리고 2,600달러를 더 줘야 할 브로커는 자신의 신장과 함께 사라졌다는 것을.

오늘날 몇몇 나라를 제외하곤 혈액이나 신장을 사고 파는 행위는 불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스워스가 대를 이어 사업을 하고 라니 같은 여자들이 인도의 한 지역에 넘쳐난다는 것은 '인체 부품'을 둘러싼 수요가 존재한다는 것을 방증한다. 인간의 신체를 식료품 가게에서 상품 사듯, 출처에 대한 고민도 없이 그냥 비닐에 싸인 물건으로 구매하는 게 현실이다. 법적이고 비도덕적인 인체 매매산업 '레드마켓'은 그렇게 인간의 존엄에 칼을 대고 가치를 적출한다.

책은 탐사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인간과 인체를 둘러싼 '레드마켓'이라는 거대한 지하경제를 쫓아다니며 5년간 마주한 현장을 담아냈다. 주민들 대부분이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신장을 팔아 '키드니바깜(신장 마을)'이라는 별칭이 붙은 인도의 마을부터 서구의 의과대학이나 실험실에서 사용될 해부학용 해골을 위해 묘지나 영안실, 화장대에서 인간의 뼈를 훔치는 부도덕한 도굴꾼들, 신자들의 머리카락을 미국의 가발제조사에 팔아 연간 600만 달러의 돈을 버는 고대 사원 등 소름끼치는 레드마켓의 단면을 세세하게 정리한다.



책에 따르면, 전 세계 장기이식의 약 10%가 불법 암시장에서 얻는 장기를 사용한다. 저자는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될지는 이른 암거래 10%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강조한다. 공급의 측면을 낱낱이 파헤친 저자는 레드마켓의 수요량은 공급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공급이 많으면 없는 수요도 만들어 내는 게 이 시대의 모습이라는 것. 신장이 시장으로 더 많이 유입되면 의사들은 신장 이식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여기고, 아시아에서 뼈를 자유롭게 구할 수 있게 되면 누군가는 남아도는 뼈를 활용할 방법을 기필코 찾아낼 것이란 이야기다. 공급망의 투명성이 전제돼야 하는 이유다.

인체 매매는 다수 국가에서 법으로 단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그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자연스레 거래 속에 존재하는 윤리적 딜레마는 필요에 의해, 의도적으로 제거되고 삭제된다. 구체적으로 소개된 바 없는 세계 인체산업을 흥미롭게 소개하면서 그 산업이 인간 삶에 미치는 영향을 소름 돋는 현실감과 함께 제시했다. 1만6,0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