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서울에서 경기도 용인의 50평형대 아파트로 옮겨갔던 이모(54)씨는 인근의 30평형대 아파트로 이사하기 위해 살던 집을 내놓았다. 그는 "퇴직이 코앞이지만 이렇다 할 수익원이 없으니 집을 줄여 생기는 여유자금으로 상가에라도 투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결혼 4년차인 김모(34)씨는 현재 살고 있는 20평형대 아파트에서 굳이 더 넓혀갈 생각이 없다. "아이도 없는데 굳이 무리해 넓은 집을 구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김씨는 "여유자금을 증권 등 다른 상품에 투자해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대한민국의 '주거 다운사이징'이 가속화하고 있다. '집은 넓혀가는 것'이라는 기존 고정관념의 틀이 깨지고 '작은 집'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가진 집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추세다. 특히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 1~2인 가구 증가와 맞물리면서 작은 집을 선호하는 경향이 급격히 강해지고 있다. 4일 주택업계와 일선 중개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전국에서 분양된 아파트 가운데 소형주택으로 분류되는 20평형대(66~99㎡)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1,017만원으로 30평형대(공급 99~132㎡)보다 120만원이나 높았다. 20평형대 아파트의 3.3㎡당 분양가는 2009년까지만 해도 30평형대보다 109만원이 낮았다. 하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20평형대가 30평형대보다 60만원 높아졌으며 올해는 격차가 더 벌어졌다. 거래시장도 소형주택 위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국토해양부 온나라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거래된 아파트 중 전용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의 비중이 77.6%에 달한다. 시장에서 거래된 아파트 10채 가운데 7~8채는 중소형 아파트인 셈이다. 소형과 중형아파트 분양가 역전, 거래시장의 소형 편중은 주택경기 침체가 주된 원인이지만 1~2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1~2인 가구가 우리 주택시장의 주수요층으로 부상하는 5~10년 후에는 '32평형(전용 85㎡)'으로 대표되는 아파트 면적 기준이 '24평(전용 60㎡)'으로 하향 조정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난 10년간 중대형 위주의 아파트 공급은 1~2인 가구 증가라는 가족구성 변화와의 미스매치를 가져왔다"며 "인구구조 변화와 부동산시장 침체를 감안하면 중소형 주택 선호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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