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총 할당량을 확정지었지만 재계는 여전히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마찰이 예상된다. 환경부는 재계의 부담을 고려해 1차 계획기간(2015~2017년)에 업종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늘려줬지만 재계는 할당량이 2억톤 이상 부족하다며 배출전망치(BAU) 재산정을 요구하고 있다. 또 1차 계획기간에 배출량을 늘려준 만큼 2차 계획기간에는 기업들이 강도 높게 감축을 해야 하기 때문에 또 다른 분쟁요소도 발생한 상황이다.
11일 환경부에 따르면 1차 계획기간(2015년~2017년)에 산업계에 할당된 총 배출량은 16억8,700만톤이다. 지난 6월 환경부 할당계획안(16억4,300만톤)에 비해 4,400만톤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에서 요구하는 배출량과는 2억톤 이상 차이가 있다. 김태윤 전경련 미래산업팀장은 "정부가 1차 계획기간에 4,400만톤을 늘려줬다고 하지만 기업들의 재정적 부담은 여전하다"며 "2억톤 이상 늘려주지 않으면 기업들이 배출권 구입 비용으로 3년간 5조7,00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철강업계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내년부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면 3년간 국내 조강 생산량이 2,400만톤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철강협회는 또 온실가스 감축 할당량 부족분을 시장에서 사들여야 하는데 거래가격을 온실가스 1톤당 1만원으로 가정했을 때 3년간 3,635억원이 추가로 소요된다고 주장했다. 3만원의 과징금을 내는 방식으로 할당량 부족분을 메운다면 1조958억원의 재정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재계가 주장하는 부족 분량에 대해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으니 1차 계획기간 동안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해본 뒤 추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최흥진 환경부 기후정책대기관은 "정부에서 2011년 측정한 배출전망치(BAU)를 근거로 살펴보면 기업체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지 않고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1차 계획기간에 운영해본 뒤 배출 허용량을 늘려주거나 기업들에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보완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재계는 배출권거래제가 내년 시행되더라도 정부의 BAU 산정이 잘못돼 있으니 BAU 재산정을 반드시 하자는 입장이다. 정부 역시 장기 BAU와 관련해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BAU는 별다른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래의 배출 예상치를 말한다. 재계는 2억톤 이상 과소 측정됐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 팀장은 "재계·환경단체 등 관련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방식으로 BAU를 재산정해야 한다"며 "BAU를 재산정하지 않으면 재계의 부담이 지나치게 커진다"고 설명했다.
재계와 정부의 입장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2차 계획기간을 앞두고도 거센 마찰이 예상된다. 정부는 1차 계획기간에 줄여야 하는 4,400만톤의 배출량 부담을 2차 계획기간으로 이전한 상황이다. 202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량을 30% 줄인다는 목표는 유지했기에 1차 계획기간에 기업에 늘려준 할당량은 2차 계획기간에 줄여야 한다. 결국 기업들은 당초보다 2차 계획기간에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된 것. 김 팀장은 "정부가 내놓은 방식은 결국 '조삼모사'로 보인다"며 "2차 계획기간에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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