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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의 가해자는 누굴까. 학생이다. 피해자는 누굴까. 역시 학생이다. 학교폭력근절종합대책은 바로 피해 학생을 돕고 가해 학생을 선도한다는 취지로 나왔다.
23일 나온 서울시교육청의 학교폭력근절종합대책 설문조사에는 정작 정책의 주요 수혜자인 학생의 의견이 듬성듬성 빠졌다.
교사ㆍ학부모ㆍ학생을 대상으로 한 이 학교폭력근절종합대책의 성과 분석 설문에서 각 항목에 따른 답변 주체는 모두 달랐다. 물론 학교폭력 예방 교사 연수의 효과에 대해서는 교사만 답하고 학부모 연수에 대해서는 학부모만 답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응당 학생의 의견을 물었어야 할 몇몇 질문에서도 학생들이 제외됐다는 점이다. ▦Wee센터ㆍWee클래스에서의 상담과 심리치료 ▦가해 학생 조치 결과 생활기록부 기재 ▦학교폭력 예방 교육연극 ▦전문 상담교사 배치 ▦학생 보호 인력(배움터 지킴이와 학교보안관) 배치까지 이 많은 질문에 대해서는 교사와 학부모의 답변만 나왔다. 상담과 심리치료를 받고 생활기록부에 가해 사실이 기재되고 교육연극을 보고 전문 상담교사를 찾는 당사자의 의견은 설문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교육청 관계자는 "교사ㆍ학부모ㆍ학생의 질문지 자체가 각각 다르다"며 "교사 질문 문항이 가장 많고 학생들에게는 중요한 몇 가지에 대해서만 물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째서 학생들에게 질문한 내용이 적은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어쩌면 이 설문은 반대로 학생들에게 더 많은 질문이 돌아가야 했을지도 모른다. 교육에는 교사ㆍ학생ㆍ학부모 3주체가 있다지만 결국 학교폭력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은 바로 학생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생들에게 묻고 그 의견을 경청하는 것은 그 자체로 교육적인 효과가 있다. 분별력이라고 하는 것은 미성년자 딱지를 떼자마자 불현듯 생기는 것이 결코 아니다. 자신에게 닥친 일을 생각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줄 때 비로소 자라나는 것이다.
진짜 학교폭력근절 대책의 성과를 알고 싶다면 학생들에게 답변할 기회를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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