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21일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이 여객기 피격이 반군에 의한 것이라는 강력한 증거들을 내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SBU)은 MH17을 격추한 부크미사일이 반군이 러시아에서 넘겨받은 것으로 현지시각 17일 오후4시20분께 발사됐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군이 '베스(бес·러시아어로 악마라는 뜻)'라는 반군 일원의 안내를 받으며 미사일 발사대를 운용했다는 게 SBU의 주장이다.
특히 '베스'는 SBU가 공개한 반군 간 교신내용에서 러시아군 장교에게 '항공기 격추'를 보고한 반군 지도자 이고르 베즐레르의 별명이기도 하다. 이 같은 증거를 종합하면 그는 MH17 격추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동부 지역 친러 세력의 시위 와중에 호를리우카 경찰청을 장악한 뒤 이 일대를 철권통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핵심 용의자는 이고르 이바노비치 스트렐코프(본명 이고르 기르킨)다. 그는 17일 MH17 격추 직후 동유럽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정부군 수송기를 방금 격추했다. 우리 상공에서 날지 말라고 경고도 했다"는 내용의 단문메시지를 올렸다가 삭제했다. 주요 외신은 그가 올린 메시지와 동영상 내용이 MH17의 추락 정황과 대부분 일치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스트렐코프는 친러 반군이 자체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 민병대 '돈바스 인민군'의 고위지휘관이며 알렉산더 보로다이 공화국 총리와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모스크바 태생인 그는 전직 러시아군 대령이자 정보당국 요원으로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친러 반군을 배후조종하고 있다는 증거사례이기도 하다.
이 밖에 러시아의 준군사조직인 코사크 민병대를 이끄는 니콜라이 코지친도 용의자 가운데 한 명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 역시 17일 MH17편 추락에 대해 "그들은 스파이를 태우고 있었다. 그들은 절대 비행해서는 안 됐다"고 말한 사실이 SBU에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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