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최근 주류영업의 과당경쟁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고시를 예고하자 주류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주점, 식당 등에 대한 판촉용으로 냉장 쇼케이스ㆍ냉동고ㆍ간판 등의 내구소비재 지원을 주류도매업자들에게만 허용하던 것을 주류제조업체들도 자율적으로 할 수 있게 규제를 완화한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말이 '자율'이고 '규제완화'지 사실상 주류도매업자들이 제공하던 지원물품에 대한 부담을 주류제조업체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반드시 주류도매업자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도록 한 주류법 때문에 도매업자들이 '갑'이고 '주류제조업자'는 '을'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주류업계는 전국 주류도매상이 1,300개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어림잡아도 업체마다 1년에 1,6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주류영업의 과당경쟁으로 몸살을 앓자 국세청은 지난 1997년 내구 소비재의 지원행위를 일절 금지했고 이후 도매업자들의 민원으로 2006년부터 도매업자들에게는 규제가 풀렸다. 하지만 적지 않은 판촉비가 부담되자 도매업자들에게는 주류제조업체도 내구재 판촉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게 최고의 과제가 됐다. 도매협회 회장선거 때만 되면 관련 규제완화가 1번 공약으로 내걸렸고 규제완화를 위한 당국과 정치권을 대상으로 한 로비전도 전방위로 전개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같은 날 병뚜껑을 이용한 경품행사를 금지하는 새로운 규제를 만들었다고 발표하면서 판촉품 관련 규제는 푼다는 것도 앞뒤가 안 맞는다. 무엇보다 최근의 물가상승 억제가 국가적인 과제로 등장한 가운데 제품가 인상을 초래할 수 있는 규제를 푼다는 것이 문제다. 곡물가 유가 금속가격 등 원자재의 급등으로 주류제조원가가 회사별로 15~30%나 상승했는데도 제품가격은 2년 이상 동결된 상태이다. 겉으로는 '규제완화'라는 명분으로 포장했지만 실제로 이해 관계자들의 입김에 정책 결정자들이 놀아나는 게 아니냐는 의혹만 불러일으킨다. '을'인 주류제조업체가 '갑'인 주류도매업자를 지원하는 것도 동반성장인가 생각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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