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금속노조 현대차 지부)가 20일 부분파업에 돌입하고 기아차 노조 역시 파업 일정을 확정하면서 현대ㆍ기아차와 협력업체의 막대한 손실이 가시화하고 있다.
특히 현대ㆍ기아차의 미국 시장 전략에 비상이 걸렸다. 파업이 길어질 경우 수출 여력이 급감해 미국 시장에서 생존 경쟁력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가 이날 4시간 파업을 벌임에 따라 2,106대의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 금액으로는 435억원에 해당한다. 현대차 노조는 21일에도 4시간 파업을 벌이고 24일에는 주야간조 17시간에 해당하는 특근을 거부하는 등 파업 수위를 높일 예정이어서 생산 차질은 앞으로 눈덩이처럼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파업으로 현대ㆍ기아차의 수출 타격은 이미 가시화됐다. 가뜩이나 해외 시장에서 물량 부족으로 판매기회를 놓치고 있는 터에 파업으로 인해 수출 물량이 더욱 빠듯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대ㆍ기아차는 생산이 부족할 경우 내수를 우선으로 공급하고 있어 파업이나 잔업ㆍ특근 거부 시에는 수출 여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해외 시장 중에서도 미국이 가장 큰 문제다. 미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동차 시장이 급격히 살아나고 있는 시장이다. 시장 성장세에 맞게 물량을 투입해야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 그러나 현대ㆍ기아차는 만성적인 물량 부족에 시달려왔고 특히 올 봄에는 노조의 특근 거부에 따른 수출 부족으로 타격을 받았다.
실제로 올 1~7월 미국 전체 시장이 지난해 동기 대비 8.4% 성장하는 동안에 현대ㆍ기아차는 -0.3%라는 역성장을 기록했다. 반면 과감한 소비 혜택까지 곁들여 물량공세를 편 일본 업체는 도요타 7.5%, 혼다 8.4%, 닛산 8.5%씩 판매를 늘렸고 미국 빅3 역시 GMㆍ포드ㆍ크라이슬러 각각 9.1%, 12.9%, 9.2%의 판매 증가세를 실현했다. 이에 따라 시장점유율도 지난해 8.7%에서 올해 1~7월 8.2%로 내려갔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미국 판매물량의 절반가량을 현지 공장에서 만들고 나머지는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면서 "원활한 수출이 경쟁력의 관건인데 지난해 장기파업, 올 봄 특근 거부에 이어 이번 파업까지 장기화하면 점유율 회복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차종 별로도 현대차 '쏘나타' '엘란트라(국내 아반떼)', 기아차 '옵티마(국내 K5)' '쏘렌토R'를 제외하면 모두 국내 공장에서 만들어 수출해야 하기에 '카덴자(K7)' 등 최근 미국에 진출한 차량은 시장 안착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파업이 길어질 경우 현대ㆍ기아차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주요 시장에서 수출 납기를 지키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의 경우 8월 말 기준 국내 공장 백오더(주문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 생산량)가 모두 15만대이며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은 그만큼의 납기 지연을 의미한다. 주요 차종별로는 '엑센트'의 전세계 백오더 물량이 4만대, '싼타페' 3만대, '아반떼' 2만대, '쏘나타' 9,300대, '스타렉스' 2만대 등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파업으로 세계 딜러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특히 중동 시장에 대한 물량 공급이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이며 유럽과 중남미에 대한 납기 지연도 심각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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