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캐나다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은 우리 자동차산업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 현대차가 1984년 캐나다에 첫발을 내디뎠지만 판매부진 등으로 1993년 완전철수했던 '브루몽의 굴욕'을 이번 기회에 씻어내고 그동안 눈부시게 향상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캐나다를 우리의 안방시장으로 만들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일·EU 앞선 타결로 시장확대 호기
캐나다는 우리보다 30만대나 큰 연간 170만대 시장이다. 그동안 우리 업체들은 6.1%의 높은 관세를 지불하면서 캐나다에 수출했다. 현지 생산체제를 갖춘 미국 빅3, 일본차와의 경쟁에서 지난해 캐나다에서 우리 업체들은 21만대를 판매하며 시장점유율 12%를 넘어서며 유럽차보다 많이 파는 성과를 보였다. 2011년 발효된 한·페루 FTA와 마찬가지로 한·캐나다 FTA는 현지시장에서 우리 자동차에 날개를 달아주게 될 것이다.
캐나다는 현재 일본·유럽연합(EU)과도 FTA 협상 중에 있다. 만약 우리의 FTA 타결이 늦어졌더라면 캐나다시장을 경쟁업체들에 영영 뺏길 뻔했다. 자동차는 한 번 시장을 잃어버리면 다시 회복하는 데 상당히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본·EU에 앞서서 FTA가 타결됨으로써 우리 업체들이 캐나다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미국과의 FTA에 이어 캐나다와 FTA를 타결함으로써 멕시코까지 망라하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지역 전체로 우리 차의 수출확대를 도모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미국에 있는 현대·기아차의 현지공장에서 생산한 자동차의 일부가 캐나다로 무관세 수출됐으나 이제 한국으로부터도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게 돼 보다 유연성을 가지고 마케팅을 할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은 2009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315만대 수준에서 정체돼 있다. 유럽시장은 재정위기 여파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신흥개도국들도 최근 어려워지면서 우리의 수출이 영향을 받고 있다. 엔저가 지속되면서 우리 업체들의 수출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한·캐나다 FTA는 가뭄의 단비와 같다. 우리나라 시장의 12배가 넘는 북미의 1,700만대 시장이 우리의 무대가 되는 이런 호기를 놓치지 않도록 관련 업체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부품사도 혜택받도록 정책 배려 필요
자동차부품에 있어서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될 것이다. 완성차 수출이 늘어나면 애프터서비스용 부품은 따라서 늘게 된다. 부품 관세율 6%가 철폐되면 우수한 품질의 한국산 부품을 캐나다에 생산기반을 둔 미국 빅3가 사갈 것이다. 국내 중소 부품업체들의 수출이 늘고 고용도 확대될 것이다. 한편 수출 중소기업들의 FTA 활용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상이하고 복잡한 FTA 원산지규정을 단순화하는 등 이행비용을 경감시켜주는 정책적 노력이 요구된다.
자동차산업은 단순한 제조업이 아닌 국가 경제를 견인하는 국민의 먹거리산업이다. 자동차생산 및 수출확대는 전후방 연관산업의 동반 성장과 경쟁력 제고에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다. 지난해 자동차 수출은 국가 총수출의 13% 이상을 차지했다. 자동차산업이 잘 돼야 나라 경제가 살아난다. 한·캐나다 FTA는 이렇게 중요한 자동차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디딤돌이 될 것이다. 한·캐나다 FTA의 조속한 발효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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