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도 글로벌 침체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성장률은 가라앉고 실업과 기업도산이 늘면서 가계와 기업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하반기에는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도 내년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 할지라도 봄은 오기 마련이고 불황의 터널이 아무리 길다 해도 끝은 있기 마련이다. 다행히 우리 경제 한 켠에서는 봄기운이 도는 기색도 엿보인다. 삼성전자는 세계 LCD모니터시장에서 지난해 2,496만대를 판매해 1위를 차지했다. 지지난해 1위 업체와 4만대의 차이로 2위에 그쳤으나 지난해에는 2위 업체와의 격차를 무려 226만대로 벌리면서 정상으로 올라섰다. 현대ㆍ기아자동차도 이 불황에 미국ㆍ중국ㆍ인도 등 주요 해외시장에서 성가를 올리고 있다. 소형차는 밀려드는 주문으로 특근을 할 정도다. 한국경제를 밝히는 빛이자 희망이다. 반도체 부문은 우리 기업의 세계 제패가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 대만 정부가 결국 난야ㆍ파워칩 등 자국 내 6개 메모리칩 회사를 통합해 ‘타이완 메모리’를 설립하기로 했다. 대만은 앞으로 일본 엘피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도 통합경영체제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국내업체로는 한계를 느껴 국제 간 통합을 통해 반격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 간에도 어려운 동업관계가 국제 기업 간에 얼마나 계속될 지는 미지수다. 업계는 글로벌 반도체 업체 간에 벌어진 ‘치킨게임’이 한국의 승리로 끝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환율도 우리에게는 기회일 수 있다. 고환율 때문에 물가가 들썩이고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경제에 짐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고환율에 힘입어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외자유치확대ㆍ국제수지개선에도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2, 3월 수출 감소폭이 둔화되고 있고 만성적인 적자를 보였던 일본과의 무역수지도 올 들어 매월 10억달러씩 줄고 있다. 한국산 부품에 대한 미국ㆍ일본ㆍ유럽 등 해외 제조업체들의 관심도 부쩍 커지고 있다. 일본의 첨단기술과 중국의 저가경쟁으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했던 우리 제품이 환율효과에 힘입어 역공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 역량에 자신감 가져야
경제가 어렵다고 움츠러들어서는 안 된다. 이런 기회 요인들을 적극 활용해 돌파구를 만들어가야 한다. 과감한 투자확대와 기술개발을 통해 조선ㆍ반도체ㆍLCD 부문에서 구축한 세계 1위의 자리를 자동차 등 다른 산업으로도 넓혀가야 한다. 우리의 역량에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보스톤컨설팅그룹은 최근의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한국이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는 것은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 최고수준의 혁신역량을 갖춘 결과라고 평가했다. 환율 효과를 이용해 품질경영ㆍ체질개선 노력과 함께 브랜드인지도를 제고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삼아 이번 기회에 시장을 확실히 장악해야 한다. 우리보다 앞서 산업화를 이룩했던 선진기업들이 자금난ㆍ통화강세 등으로 주춤거리고 있는 지금이 바로 우리가 1등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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