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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판 안내따라 진료·검사… 담당 의사·진행상황도 표시
일반·중증·외상·절대안정
공간 분리해 혼잡도 줄여 '아수라장 응급실'은 옛말
환자·의료진 만족도 높아 민간 병원들도 응급실 개선
'신지우(35·가명)님 2번 진료실로 들어오세요.' '이명순(74·가명)님은 현재 혈액검사 진행 중입니다.'
31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 있는 서울대 보라매병원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은 전광판에 나오는 안내문구에 따라 진료실로 들어가거나 검사실로 향했다. 피를 흘리며 부상당한 환자와 의료진이 뒤엉켜 아수라장이 되기 일쑤인 기존 응급실 모습과는 딴판이다. 이곳은 마치 최신 설비를 갖춘 고급 건강검진센터의 느낌에 더 가깝다.
한 달간 시범운영을 마치고 이날 정식 가동을 시작한 '서울형 시민공감 응급실' 이곳저곳에서 환자를 배려한 흔적이 역력했다. 응급실에 들어서면 접수창구에서 일반환자와 큰 부상을 입은 외상환자로 구분한다. 접수 때부터 환자의 동선을 나눠 응급실 내 혼잡을 줄이는 셈이다. 응급실로 들어서자 세 갈래 길을 표시하는 커다란 안내표지판이 눈에 띈다. 중증 및 소아환자, 일반환자, 외상환자 등으로 구역을 나눈 것이다. 각 구역에는 기존 응급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진료 현황판'이 걸려 있다. 환자 이름 옆에는 주치의와 담당간호사의 이름이 함께 적혀 있다. 또 환자별 각 검사 단계 진행 사항이 자세하게 표시돼 있고 진료와 검사 대기시간까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이날 응급실을 찾은 한 환자의 보호자 김모(42)씨는 "컴퓨터단층촬영(CT) 대기시간이 2시간으로 나와 점심을 먹고 올 예정"이라며 "대기시간을 알려주니 마냥 기다리지 않아도 돼 무척 편리하다"고 말했다. 병원 가장 안쪽 구석에는 벽면에 알록달록한 유아 캐릭터 스티커가 붙어 있어 마치 놀이방을 연상케 하는 '소아구역'을 따로 배치해 두기도 했다. 이날 오전 응급실 30병상이 가득 찼지만 혼잡함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홍기정 보라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담당의사가 누군지 몰라 여기저기 묻고 대기시간이 얼마인지 몰라 불만을 터뜨리던 환자들이 매우 만족스러워 한다"며 "응급상담사가 상주하며 자살 시도자 등 고위험 환자들을 선별해 상담하고 지역 내 사회복지기관에 연계해 치료하는 '서울형 고위험군 선별·개입·연계 프로그램'도 응급환자 치료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반·외상·중증·절대안정 등 4구역으로 공간을 분리해 혼잡도를 줄인 응급실은 보라매병원 등 서울시 5개 공공병원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특히 환자와 의료진 모두 만족도가 높아 고대안암병원이 오염과 소음 차단을 위해 커튼 대신에 블라인드를 도입하고 검사실과 진료실 등을 다른 색상으로 꾸미는 등 민간 병원도 환자 중심의 응급실을 만들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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