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중국 방문은 한중 경협확대를 통해 북한의 개방을 유도하고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박 대통령은 9월2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연계 △동북아개발은행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간 협력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력 강화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공조 등 다양한 한중 경협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이를 통해 △북한의 개방을 유도하고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남한·북한·중국·러시아 간 경제협력을 다변화하는 전략적 이점을 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개혁·개방을 위한 주춧돌 마련=시 주석이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 정책은 기본적으로 중국의 서진전략(西進戰略)이지만 중국 주변부 외교의 핵심인 동북아와 연계될 때만 완결성을 가진다. 북한, 중국 동북3성을 거쳐 중앙아시아, 유럽 등과 연결하는 박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교집합을 가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31일 "양국의 구상을 연계하는 것은 향후 북한이 변화를 수용하고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일원이 됐을 때를 대비하는 의미가 있다"며 "이들 구상은 동북아 및 범태평양 협력과도 연결돼 지역적으로 보다 다양한 경제협력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일대일로가 결합되면 자연스럽게 북한의 태도변화를 유도하고 개혁·개방도 이끌어낼 수 있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북한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이끌어내는 것이 결국 실패로 귀결된 만큼 사회간접자본(SOC) 등 인프라 투자를 통한 경제협력을 통해 북한의 태도변화를 유도하겠다는 전략적 의미가 깔려 있다.
◇우리 경제의 신성장동력 창출=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인프라 투자 등 실물 분야에서의 협력은 물론이고 동북아 지역 금융 부문에 대한 협력 방안도 논의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이 올해 말 출범시킬 예정인 AIIB와 박근혜 정부의 동북아개발은행을 연결하는 방안이다. AIIB에는 우리도 주요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어 이들 기구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데 적지 않은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다.
중국이 일대일로 구상을 실현할 '돈줄'로 400억달러 규모로 조성하고 있는 실크로드기금, 초기자본금 1,000억달러 규모의 AIIB 자금, 그리고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개발은행 기금 등을 결합할 경우 동북아에서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이 북한과 인접한 동북3성을 일대일로의 전략거점으로 삼고 북한에 대한 투자도 가능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어 우리로서는 북한을 비롯해 동북아 SOC와 인프라 조성에 대한 투자 기회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박 대통령은 과거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일대일로가 관통하는 중국 서안(西安)을 한국의 '내수시장'으로 활용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결국 일대일로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연계를 통해 새로운 경제성장의 엔진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선제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남북중러 평화와 협력모델 구축=박 대통령은 이번 한중 정상회담과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을 통해 '북중러 vs 한중일'로 고착화된 동북아 외교지형을 깨뜨려 중국과 러시아를 북한 비핵화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강력한 파트너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9월3일 오전에 열리는 중국 열병식 때 톈안먼 성루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 주석, 박 대통령이 나란히 자리를 하는 것도 이 같은 해석에 설득력을 더해준다. 이데올로기가 종언된 자리에 우리 정부가 중국·러시아와 평화 및 경제협력을 더욱 굳건히 하고 이를 통해 북한을 경제협력의 장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극동 지역 개발을 위해 300년 만에 아시아로 회귀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설명에 힘을 실어준다. 푸틴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신동방정책'에는 한반도 종단철도와 러시아 철도망을 연결하는 투자 프로젝트가 포함돼 있다.
결국 박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중국의 일대일로, 러시아의 신동방정책은 경제협력이라는 지향점을 같이하는 쌍둥이로 향후 한국과 중국·러시아에 더해 북한과의 경협도 더욱 활성화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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