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의 어원은 라틴어로 '나누다(communicare)'라는 뜻을 갖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이 잘된다는 것은 정보 공유가 원활하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우리는 현재 인터넷과 정보기술의 눈부신 발달로 전세계 누구와 언제든지 소통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가 가장 개선하고자 노력하는 것 중 하나가 소통이다. 글로벌시대의 기업성공은 얼마나 소통이 잘되냐 마느냐에 따라 판가름나기 때문에 기업에 소통은 경쟁력을 위한 핵심요소다. 이를 반영하듯 기업들은 매년 새해 화두로 소통을 꼽으며 직원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일방 정보전달에 직장인 소통 못느껴
그렇다면 직장인들이 느끼는 실제 소통의 온도는 어떨까. 최근 인크루트가 20~40대 직장인 608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소통'에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37%가 '직장 안에서 전혀 소통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어느 정도 소통이 이뤄지지만 만족할 만큼은 아니다'는 응답도 40%를 차지해 직장인 10명 중 8명 정도가 직장 내 소통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대다수의 직원들이 소통 부재를 느낀다는 결과는 아이러니하다.
우리는 가정이나 학교에서 '해라' '하지 마라'또는 사지선다형 단답식의 일방적인 '기능'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접하며 성장한다. 과거 경제적 가난을 겪으며 과정보다는 빨리 결과를 내야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을 살아오면서 소통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조건을 제시하고 따르도록 말을 전달하는 단순한 행위로 사용돼왔다. 그러나 국제화에 따라 다양한 문화의 사람들과 협력을 해야 하고 자기표현과 개성이 경쟁력인 젊은 세대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소통방식은 아직도 과거에 머물고 있다.
그리고 소통 문제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곳이 기업이다. 실제로 기업의 경영자들은 일과의 대부분을 소통하는 데 사용한다. 회의·업무보고·대화 등 대부분의 활동이 모두 소통이다. 문제는 이러한 소통행위를 관리 또는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의 시각으로 보는 데 있다. 즉 소통이라는 도구를 통해 기업을 경영하고 직원들에게 회사가 원하는 정보공유를 하면 소통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여기서 소통의 진정한 의미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피터 드러커는 정서적인 소통이 조직의 존재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정서적인 소통이란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상대의 정서를 이해하려는 태도다. 조직 내에서의 갈등은 대부분 상대방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고 서로의 요구를 소통하려는 데서 발생한다.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해결 방법을 찾거나 또는 상대의 사정을 듣고 이해하는 대신 자기의 의사결론을 소통하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서적인 소통이 이뤄졌을 때 결과는 매우 다르다.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많은 직원들은 상사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것만으로도 크게 만족을 하고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높인다.
직원 정서 이해가 기업성공 첫걸음
미국의 대표적인 식품 기업인 캠벨 수프 컴퍼니의 전 최고경영자(CEO)인 더글러스 코넌트는 위기에 처한 회사를 구하기 위해 매일 전세계 캠벨 직원들에게 10~20통의 자필 편지를 10년간 썼다고 한다. 그리고 만나는 직원마다 '내가 어떻게 도와줄까요?'라고 먼저 물었다. 그 결과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신뢰도는 크게 높아졌으며 이는 업무몰입도로 이어져 2010년 갤럽의 업무몰입도 조사에서 캠벨은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필자가 속해 있는 미국의 의료기기 기업인 쿡메디칼도 일찍부터 정서적인 소통을 중요시 여겨왔다.
소통을 중요시하는 일부 글로벌 기업들은 직원과 경영자 사이의 소통을 위해 경영자의 사무실 문을 항상 열어놓는다. 직원들은 직급에 상관없이 언제든지 상사의 사무실에 들어가 가족처럼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털어놓을 수 있으며 이를 경청하는 것을 매니저의 소양으로 간주하며 소통의 기본으로 여긴다.
구암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통즉불통(通卽不痛), 불통즉통(不通卽痛)'이라고 했다. 기와 혈이 잘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는 뜻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정서소통이 잘돼야 기업이 성공한다. 내가 속한 부서와 직장에서 일방적인 정보전달이 아닌 상대를 이해하려는 진정한 소통을 하고 있는지 한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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