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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의 1일1식(識)] <119> 일 안하는 사람들


“출근하면 30분 동안 뉴스 보고, 모바일로 문자 하고, 대충 보고 받고… 그리고 깨작깨작하다가 외부 점심 먹으러 갔다가 정시보다 20분 넘겨 들어오시고… 이런 분들이 회사에 너무 많아요.” 얼마 전 어느 전자제품 제조 기업의 임원이 해준 볼멘 소리입니다. 본인은 외부 약속 안 잡으면서 ‘회사에 쳐 박혀서’ 일만 하는데, 하는 일 없이 시간만 때우는 직원들을 보니 한심하더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면서 자기 회사에서 정말로 일하는 사람은 대리에서 차장급 이하의 계층인 55%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임원들은 대부분 회의나 외부 이해관계자와의 복잡한 현안 때문에 정신이 없고, 실무진의 상단에 막 접어든 사람들이 오히려 갑질과 관성에 젖어 있다는 겁니다. 그나마 일하는 사람들도 ‘업무의 카스트’로 인해 부하직원에게 도움 아닌 도움을 요청하거나,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룸으로써 상사에게 보답한다는 이야기도 들려 주었습니다. 이 말이 정말 사실이라면, 우리나라 조직은 정말 위기에 놓인 겁니다. 절체절명의 시기에 진짜 일하는 사람은 절반 밖에 안 된다는 것이니까요.

왜 그럴까요? 우선 회사에서 희망을 못 찾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고용을 보장해 준다 하더라도 50대까지 안정적으로 다닐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지는 못합니다. 게다가 조직 밖에서 새 삶을 시작해 잭팟을 터뜨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은근히 회사 안에 있는 자신이 인간적으로 소외되어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무엇인가 본질과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다는 고민에 빠지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 다음 단계로 ‘점프’할 생각만 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정해진 시기 동안 느슨하게 자신의 지위를 누리다가 그 이후에 안정적으로 살아갈 ‘안전 빵’을 찾는 무신경한 조직원이 된다는 가설이 성립합니다. 결국 회사 입장에서도, 개인 입장에서도 매우 행복하지 않는 길을 걸어가고 있는 셈입니다.

누군가의 얘기처럼 정말 스마트 팩토리가 되고, 스마트 회사가 되면 상황이 바뀔까요? 일단 직원들에게 은근히 단축 근무나 순환 근무를 권유하면서 연봉을 줄이거나, 아니면 구조조정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인간 소외라고 말하지만 진짜 일하지 않는 사람들이 조직에 넘쳐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머지않아 경영자들이 시스템과 기계의 합리성에 기대어 내린 의사결정에 순종할 수 밖에 없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조직이 동기부여를 해 주지 못한다는 푸념만 늘어놓고 있다면 회사와의 관계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조직은 직원들의 노동력을 계약을 통해 구매하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조직이 해 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보상은 월급을 올려주거나, 아니면 좋은 조직원 간의 네트워크를 통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뿐입니다. 개인의 의지는 누군가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 찾아야만 하는 것이죠. 그러고 보면 구글의 실험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구글이 갖고 있는 가장 훌륭한 기치 중 하나가 회사에서 퇴근하고 싶어 하지 않게 만든다는 겁니다. 카페도, 놀이터도, 잠자는 곳도 모두 갖추어져 있는 회사, 마치 즐기러 온 듯한 회사 인프라 구현을 통해 일을 즐기면서 할 수 있도록 전 사원을 격려한다는 겁니다. 어찌 보면 일과 삶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전략을 쓴다는 게 가혹해 보이기도 합니다만 직원들의 동기부여 측면에서는 상당히 효과적인 방법인 것 같기도 합니다. 특히 정해진 파티션의 영역을 성역 삼아 ‘일 안하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좋은 시스템일 수 있겠네요.



/iluvny2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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