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변에서 흑이 폭리를 취했기 때문에 실리의 균형은 이미 무너져 버렸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온건한 이창호라도 공격적인 궁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백82로 흑의 안형을 없애고 84로 뛰어 흑을 분단시킨 것은 당연한 돌의 흐름이다. 하지만 흑은 85로 달리면서 자연스럽게 돌을 수습하고 있다. 그러지 않아도 달리고 싶던 자리를 대마수습을 빙자하여 차지하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순풍에 돛을 단 격이다. 10분을 생각하고 이창호는 백86으로 웅크렸다. 수비하면서 공격을 엿보는 모습이다. 이세돌은 군말 없이 흑87로 가일수. 갑자기 백은 둘 자리가 없어졌다. 백88은 어떻게든 트집거리를 찾아보겠다는 착점이다. 이세돌은 흑89로 가장 강경하게 받았다. 계속해서 흑91도 최강수. 백94를 외면하고 95로 젖힌 것도 최강이다. "이런 곳에서 순하게만 받다가는 바둑이 대번에 미세하게 됩니다. 이세돌은 어느 정도의 출혈을 각오하고 굳히기에 들어갈 작정입니다."(양재호) 백94는 계속되는 시빗거리만들기. 이 수로 참고도1의 백1에 몰면 흑은 돌려치기를 하지 않고 흑2로 곱게 이을 것이다. 백5로 실리를 취해 보았자 흑6이면 흑승이 굳어져 버릴 것이다. "대충 패가 날 것 같지요?"(김성룡) "글쎄. 어떤 식으로 패가 나느냐가 문제일 거야."(양재호) 김성룡이 참고도2의 흑1로 꽉 막는 수를 선보이자 양재호는 백2 이하 10을 놓아 보이며 말했다. "이 코스는 흑도 부담스럽지. 세돌이가 이렇게는 두지 않을 거야." 과연 이세돌은 아주 안전한 길을 선택했는데 그 응수를 알아맞혀 보자.(100…90의 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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