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찬반 뒤섞여 결정적 변수 못돼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여권에서 최태원 SK 회장 등 비리 혐의로 수감 중인 일부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내년 2월 가석방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 여당이 경제 활성화를 내세우며 가석방 주체로 그동안 기업인 사면론을 내세웠던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지원하는 모양새다.
물론 가석방에 대해 여당의 홍준표 경남지사 등이 반대하고, 당론으로 반대하는 야당에서는 박지원 의원과 이석현 국회부의장이 찬성하는 등 여야를 떠나 정치적 찬반논란이 확산하고 있으나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누리당은 오는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기업인 가석방에 대해 공식적으로 논의해 못을 박을 예정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6일 “주변에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라는 여론이 있다”면서 “기업인이 더 심하게 당한다는 느낌이 있는 것”이라고 거듭 가석방 또는 사면 주장을 이어갔다.
지난 24일 김 대표가 기업인 가석방 또는 사면 주장을 할 당시 유보·반대 입장을 보였던 원내 지도부도 이날 가석방 찬성으로 돌아섰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조현아 임팩트가 강해 당분간 경제인 사면은 힘들지 않겠느냐”고 밝혔다가 이날 “정부가 (가석방에 대해) 협의해온다면 야당과도 접촉해 컨센서스를 만들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가석방을 한다고 경제가 활성화될지 판단이 안 선다”고 했던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견해를 바꿨다. 이는 비리 기업인 가석방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만만치 않지만 “경제를 살리고 기업인이라고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나름대로 커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가 이날 “청와대에서 원내지도부에 사실상 가석방 찬성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말한 것처럼 청와대도 새해 초 기업인 가석방에 대해 우호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결단해야 하는 특별사면 형태가 아니라 법무부 장관이 시행하는 가석방으로 우회해 청와대의 부담도 줄었다. 앞서 황 법무장관과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기업인 특사 또는 가석방 주장을 여러 번 한 바 있다.
따라서 여권은 야당과 여론의 반발기류를 예의주시하며 경제환경 악화를 들어 설날과 3.1절 즈음해 2월 중하순께 가석방을 실시할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야권에서 “경제 활성화와 가석방은 무관하다”고 지적하며 정치적 논란이 커지는 점은 여권에 부담요인이다. 새정치연합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장은 이날 “정부는 경제민주화를 실천해야 하고, 비리 기업인에는 더 엄격히 죄를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법무부의 ‘가석방자의 형의 집행률 현황’을 보면 형기 50% 미만은 한 건도 없었고 대부분 70% 이상 형기를 마친 경우 대상이 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SK의 최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의 경우 새해 초면 각각 4년과 3년6개월 형기의 절반을 채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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