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투표소 제 때 열리지 못하기도
리비아가 7일(현지시간) 60년 만에 처음으로 제헌의회 의원들을 뽑는 자유 선거를 실시했다. 지난 42년간 리비아를 통치해온 무아마르 카다피 전 국가원수의 철권통치 이후 약 반 세기 만에 처음으로 실시된 민주선거다.
하지만 이번 선거과정에서 리비아 내 지역갈등 문제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등 앞으로 리비아 민주화의 앞날에 험로가 예고됐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리비아는 이날 오전8시부터 전국 69개 선거구에서 전체 200개 의석 중 120명의 지역구 의원을 뽑는 선거를 실시했다. 나머지 80개 의석은 비례대표로 선출된다. 리비아 선관위는 이날 선거에서 전체 인구의 80%가 넘는 280명이 유권자 등록을 했으며 전체 유권자 가운데 160만명이 투표에 참여, 60%의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공식 선거결과 발표까지는 수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선거로 구성될 제헌의회는 카다피 실각 이후 리비아를 임시 통치해온 과도국가위원회(NTC)를 대신하게 된다. 제헌의회는 회기 시작 후 30일 이내 총리를 지명하고 헌법 초안 작성과 헌법 초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감독할 권한도 갖는다. 제헌의회는 또 내년까지 총선을 실시하고 새로운 민주정부를 출범시켜야 한다.
하지만 반세기 만에 자유선거가 실시됐음에도 리비아의 민주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다피 독재시절 핍박을 받은 제2의 도시 벵가지 등 동부 지역이 의석 수 배분의 형평성이 떨어진다고 반발하는 등 선거과정에서 지역갈등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날 벵가지 등 동부 지역에서 발생한 선거 반대시위 과정에서 2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선관위는 이번 선거에서 인구비례에 따라 트리폴리가 있는 서부 지역과 동부ㆍ남부ㆍ중부 지역의 의석을 각각 102석ㆍ60석ㆍ29석ㆍ9석씩 배분했으나 동부 지역은 선거구를 지역별로 나눠 동부ㆍ서부ㆍ남부 지역에 각각 3분의 1씩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전체 1,554개 투표소 중 94%인 1,453곳에서 투표가 정상적으로 진행됐으나 101곳에서는 투표 기자재가 제때 전달되지 않아 투표시간이 미뤄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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