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2014 브라질 월드컵] 명장의 성공학과 졸장의 실패학

판할·뢰브, 실험적 전술·파격 용병술로 명성 얻어

스콜라리·델보스케, 옛 영광 취해 전술 실종 '굴욕'

월드컵을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거나 반대로 자존심을 구기는 일은 선수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14일(한국시간) 브라질 월드컵이 막을 내린 가운데 각국 감독들의 희비도 극명하게 엇갈렸다. 특히 이름에 걸맞게 많은 돈을 받고 월드컵에 나선 전통의 명장들이 체면도 못 차리고 일찍 짐을 싸는 일이 꼬리를 물었다. 이 사이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던 감독들이 새롭게 조명받았다. '명장'에서 '역적'으로 추락한 이들과 그 반대인 이들의 차이는 단순했다. 한쪽은 상황별로 꺼낼 수 있는 카드를 여러 장 브라질로 가지고 들어왔고 다른 쪽은 과거의 성공에만 취해 있었다.

◇명장의 조건, 실험과 확신=루이스 판할(63·네덜란드)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은 유명하기는 했지만 명장으로 불리기에는 부족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독일 바이에른 뮌헨을 이끌며 우승컵을 여럿 들었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네덜란드의 유럽예선 탈락을 막지 못한 '과거'가 있기 때문이었다. 브라질에 버금가는 축구 강국을 월드컵 본선에도 데려가지 못한 감독이라는 오명이 항상 따라붙었다.

그랬던 그는 2002년 불명예 퇴진의 기억을 이번 월드컵으로 완전히 지웠다. 수비에 5명을 놓는 전술로 나섰다가도 경기 중 4-3-3, 4-2-3-1로 수시로 전술을 바꿔 지는 경기도 돌려놓았고 골잡이 디르크 카위트(페네르바체)를 측면 수비로 기용하는 파격 용병술로 대성공을 거뒀다. 실험으로 보였지만 완벽한 준비에 따른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압권은 코스타리카와의 8강에서 승부차기 때 골키퍼를 교체하는 '신의 한 수'로 4강에 진출한 것. 13일 브라질과의 3·4위전에서는 '넘버 스리' 골키퍼 미헐 포름(스완지)까지 종료 전 교체 투입, 최종 엔트리 23명이 모두 한 번씩은 경기에 출전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아리언 로번(뮌헨)은 "판할은 내가 함께한 감독 가운데 최고"라고 말했다.

독일의 요아힘 뢰브(54·독일)도 2006년 7월 독일 대표팀 사령탑 부임 후 최고의 순간을 맞았다. 독일·터키·오스트리아 등에서 프로팀 감독으로 경험을 쌓고 독일 대표팀 수석코치를 지낸 뢰브는 스페인식 패스게임을 도입해 독일 축구의 체질을 바꿔놓았다. 측면 수비수 필리프 람(뮌헨)을 미드필더로 기용하는 용병술은 판할과도 닮았다. 호르헤 루이스 핀투(62·콜롬비아) 감독은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코스타리카를 8강까지 이끌어 '북중미의 히딩크'로 떠올랐다. 선수 경력이 없는 그는 감독으로 성공하기 위해 브라질과 독일에서 유학했고 32세부터 지도자 생활을 했다. "성공한 감독들의 모든 것을 본받기 위해 세계를 돌아다녔다"는 그는 수비적이지만 역습 때는 어떤 전술보다도 공격적인 5백 포메이션으로 축구판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한 번 꼬이면 와르르, 잘나가던 명장들의 굴욕=사람들은 이제 루이스 펠리피 스콜라리(66·브라질) 브라질 감독을 2002년 월드컵 우승 감독이 아닌 '브라질 대참사'를 막지 못한 장본인으로 기억하게 될 것 같다. 4강에서 독일에 1대7로 참패했던 스콜라리호는 네덜란드와의 3위 결정전에서도 0대3으로 완패하면서 국민적 공황을 몰고 왔다. 스콜라리는 선제골을 내주거나 몇몇 주축 선수가 빠졌을 때 가동할 '플랜B'를 갖고 있지 못했다. 그는 아직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스페인 언론에 따르면 브라질축구협회는 사령탑 교체를 위해 이미 조제 모리뉴 잉글랜드 첼시 감독과 접촉하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두 차례 우승을 지휘하고 스페인 대표팀의 2010 남아공 월드컵과 유로2012(유럽선수권) 우승을 조련한 비센테 델보스케(64·스페인) 스페인 감독도 세계 축구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쟁국들의 분석과 견제가 심해졌음에도 볼 점유율을 높여 기회를 만드는 과거의 전술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약점인 '킬러' 부재 또한 화려한 미드필드진으로 상쇄하겠다는 막연한 대책에 기댄 탓에 조별리그 3경기 1승2패에 4골 7실점의 부끄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번 대회 32개국 감독 중에 최고 연봉(116억원)을 받는 러시아의 파비오 카펠로(68·이탈리아)도 전술 '실종'으로 16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이달 안에 지휘봉을 내려놓을 것으로 보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