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4차 핵실험을 앞두고 발언의 수위가 여느 때보다 높다. '큰 거 한 방'이라는 으름장까지 나왔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에 따르면 북한이 "4월30일 이전에 큰일이 일어날 것" "4차 핵실험이든 전선에서 문제가 나든 지금 뭔가 심각한 긴장이 생기기 직전의 분위기인데 큰 한 방을 준비 중"이라고 언급했다는 것이다.
김 대변인은 '북한의 누가, 언제 그런 발언을 했느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곤란하다'고 답했지만 북한이 과거와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당장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다양한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이 노린다는 큰 것 한 방은 무엇일까.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전 통일연구원장)는 "이전보다 기술적으로 발전한 핵실험 가능성이 높다"며 "네 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농축우라늄탄이나 1.5세대 증폭 분열탄, 핵무기 연쇄실험, 수소폭탄과 관련된 능력 과시 등이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북한이 이런 핵실험이나 전선(휴전선과 서해도서지역)에서의 국지적 도발을 강행하면 한반도 안보는 위태해질 수밖에 없다.
북한이 모험에 나서는 이유는 어떤 경우든 손해볼 게 없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은이 안정적 지도자라는 인식을 주민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즉 권력을 다지고 대내 단결을 도모하기 위해 선택한 수단이 바로 핵카드다. 설령 중국의 강력한 반대 등으로 핵실험을 할 수 없는 경우라도 북한은 잃을 게 없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서울을 방문하는 시기에 핵실험을 단행할 만큼 김정은이 국제사회에서 큰소리치는 지도자라는 점을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핵실험이나 도발을 하지 않아도 한국 사회를 흔들고 미국 대통령의 방한 분위기를 흐린다는 정치 공세의 효력을 얻을 수 있다.
정부는 북한의 다각적인 의도를 분석해가며 다양한 도발 방법에 대해 준비 대세를 갖추고 있다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도발을 강행할 경우 대응 수단과 수습 대책에 있다. 상황에 따라 통일 대박론과 드레스덴 제의까지 무의미해지는 위기가 올 수도 있다. 도발이 엄포로 끝나더라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협조가 과제로 남지만 결코 쉽지 않다. 북한을 제어하려면 중국과 관계 유지가 필수적인데 중국은 한미일 삼각 안보체제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와 북핵이라는 내우외환을 맞은 형국이다./권홍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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