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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2월 23일] 때늦은 국정원 관련법 논의

국가정보기관의 존재와 권력남용이 범국민적 비판과 거부감의 대상이 된 것은 우리나라 민주화 과정에서의 특징이 아니라 민주 선진국가에서도 지금까지 반복되고 있는 사례다. 그런데 최근 들어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가 오히려 “국가정보력 우선론”에 따른 정보체계의 혁신과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 십 수 여년 동안 전개된 탈냉전과 세계화 과정의 심화에 따른 국제질서 재편과 정보혁명의 파급효과가 낳은 안보위협환경 변화 때문인 것 같다. 정치사찰 아닌 국가정보력 강화 한편 대부분의 민주 선진국가들은 대외적인 국가안보체제 강화 노력과 동시에 대내적인 ‘안보 대 자유’의 딜레마 극복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국가정보기관의 역할과 기능의 강화를 허용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의회와 사법부의 통제메커니즘 다듬기를 위한 노력을 중요시한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떠한가. 문민정부 시절 한때 중앙정보부라는 ‘주홍글씨’를 지워내려는 시도가 있기는 했으나 지난 10년의 좌파성향 정부하에서의 국가정보기관은 ‘민주주의 공고화’의 외침과 ‘진보’의 깃발로 뭉개 버려야 할 대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니 국정원은 자기생존을 위한 ‘동물적 보호색’을 갖추는 것이 고작이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때늦은 감은 있으나 이번 국회에서 국정원법개정안과 국정원직원법개정안이 제출되고 비밀보호법, 테러방지법, 국가 사이버위기법 등의 제정을 위한 법률안이 제출된 것은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들 법률안에 대해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가기도 전에 시끄럽다. 논쟁의 핵심은 국가정보원법개정안의 직무조항(3항)에 대한 수정과 관련돼 있다. 현 국정원법의 직무규정은 ‘국외 정보 및 국내 정보의 수집ㆍ작성ㆍ배포’를 그 활동 범위로 정해놓고 국내 정보를 대공, 대정부전복, 방첩, 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이라는 5개 항목으로 못을 박고 있다. 그런데 새 개정안은 국외 및 국내 정보의 구분을 없애고 그 대신 ‘국가안전보장과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정책결정 수립에 필요한 정보의 수집ㆍ작성ㆍ배포’라고 하자는 것이다. 야당은 이에 대해 새 개정안의 직무규정은 야당 탄압과 정치사찰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률 제정이든 개정안이든 개별 어구를 중심으로 찬반 논리를 전개해나가자면 끝이 없다. 따라서 선진국들의 유사 사례를 보면 거의가 정보기관의 활동범위를 규정할 때 ‘안보’와 ‘국가 이익’을 묶어 명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국의 경우 지난 1994년에 제정된 정보기관법(Intelligenc Service Act 1994)에 비밀정보부의 임무를 ‘영국 정부의 국방ㆍ외교정책에 관계되는 국가안보ㆍ국가이익의 보호와 영국의 경제번영 추구’라고 명기하고 있다. 한편 미국의 경우도 정보활동은 대통령과 NSC의 외교ㆍ국방ㆍ경제정책을 개발하고 집행하는 것과 관련된 ‘정책결정에 필요한 정보’와 ‘외부의 안보위협으로부터 미국의 국가 이익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대통령 행정명령(제12333호)에 분명히 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는 총리령 82-306과 82-1100에다 해외안전총국(DGSE)의 직무를 ‘프랑스의 국익 및 안보 관련 정보’의 수집, 분석이라고 명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또 무엇이 문제인가. 문제의 핵심은 정보기관의 활동범위에 대한 성문화된 제한규정의 존재 여부에 있는 게 아니라 정보기관에 대한 민주적 통제장치의 효율적 작동 여부에 있는 것 같다. 선진국에서의 ‘국가안보 대 자유’ 딜레마의 해결을 위한 노력 같은 것이다. 한편으로는 국가정보기관이 국가 안보와 국익을 위한 첨병이 되도록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시민적 자유와 권리를 손상하지 못하도록 민주적 통제를 효과적으로 하자는 것이다. 민주적 통제장치 마련돼야 국가정보학 연구의 대가인 버코위츠(Berkowitz)는 더 나아가 정보기관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하며 정보화시대 흐름에 부흥하는 공개평가 시스템이 필요하고 비밀보안을 최소화하는 책임 있는 정보기관이 되려는 자기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번 국정원 관련 법안의 국회 제출과 심의는 국가 안보와 국가 이익의 보호를 위한 우리나라의 국가정보체계의 선진화 과정에서 꼭 밟아야 할 선행적 조치의 하나라는 의미가 부여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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