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기대를 걸기에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이산가족 상봉이 불과 일주일 뒤로 다가왔음에도 기대보다는 또다시 틀어지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구심부터 앞선다. 그간 남북관계가 진전되는가 싶다가도 고비마다 뒤틀렸던 게 한두 번이 아닌 학습효과 탓이다. 이번만큼은 남북이 겨레의 소망을 담아 진정성 있는 자세로 대화에 임해야 한다. 남북 대표단은 민족의 운명을 가를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북측이 왜 대화를 먼저 제의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장성택 처형 등으로 야기된 내부 불만을 누르고 주민들의 시선을 바깥으로 돌리려는 계산이 깔렸을 수도 있다. 핵 실험 또는 미사일 발사를 앞둔 위장 평화 공세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통일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킨 뒤 예전처럼 엉뚱한 트집을 잡아 남측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술책이 숨겨져 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번 접촉은 의미를 갖는다. 대치 상황에서도 마주 앉을 수 있다는 최소한의 인식을 엿볼 수 있어서다. 우리 내부에서도 이번 접촉의 성공을 위해 정부를 도와야 한다. 북측이 대북심리전에 부담을 느낀다는 견해도 있듯이 북측이 질색하는 '최고 존엄을 모독'하거나 비방하는 행위를 가급적 자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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