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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용산4구역


지난 2009년 1월 6명의 희생자와 20여명의 부상자를 낸 용산역 국제빌딩 주변 4구역. 기자가 최근 찾은 이 구역에는 잡초만 무성했다. 이달 초 새로운 시공사를 찾기 위해 세 번째 입찰공고를 냈지만 단 한 건설사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2년 6개월의 시간 동안 사업은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것이다. 안타까운 여섯 생명의 한을 머금은 그 잡초를 바라보는 기자의 가슴엔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도시환경정비사업은 난개발된 구도심의 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한 도시재생사업이다. 토지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시가 개발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토지 등 소유자로 구성된 조합이 그에 따라 재생사업을 벌인다. 재생에 필요한 돈은 ‘개발’을 통해서 마련된다.

문제는 사업 진행 중 개발이 멈출 때 발생한다. 조합은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시공사에서 대여금 형태로 빌리는데 공사가 멈춰도 금융비용은 계속해서 쌓인다. 때문에 조합은 사업 속도를 내기 위해 편법과 불법을 불사하기도 한다.

물론 가장 큰 책임은 개발 당사자인 조합에 있다. 하지만 면밀히 들여다보면 모든 잘못을 조합에 돌릴 수도 없다. 조합의 의사결정 과정에는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복잡하게 얽혔다. 여기에 공사를 책임지는 시공사까지 더해지면서 각종 비방이 난무하고 다툼이 끊이질 않는다. 조합원과 조합원, 조합원과 조합, 조합과 시공사 사이에 소송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다. 그런 과정이 극단적 비극으로 나타난 게 바로 ‘용산 참사’다.



당초 ‘재생’을 결정한 지방자치단체는 인허가 때만 개입한다. 책임의 다른 한 축이 정책 당국에 있는 이유다. 비방이 오가든, 소송이 난무하든, 극단적으로 사람의 목숨이 희생돼도 지자체는 뒷짐이다.

용산4구역 사건 이후 대책으로 나온 것이 공공 주도로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공공관리제도’였다. 하지만 그마저도 새로운 사업지가 대상이어서 이미 어지러워질 대로 어지러워진 기존 사업장은 관심 밖이다. 서울시 담당 공무원조차 “4구역의 경우 500억원의 대여금에 대한 금융비용을 새로운 시공사가 다 떠안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누구의 잘못임을 가리자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사업이 멈춘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갈등의 씨앗은 다시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사업이 표류하는 동안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그 부담은 결국 조합원에게 전가된다. 이는 결국 또 다른 갈등과 비방ㆍ소송은 물론 극단적 싸움을 낳는 단초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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