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9년 하버드대 심리학과 건물에서 특이한 실험이 진행됐다. 6명의 학생들을 두 팀으로 나눠 한 팀은 검은색 셔츠를, 다른 한 팀은 흰색 셔츠를 입게 한 뒤 농구공을 패스하게 했다. 그리고 한 무리의 학생들에게 검은색 셔츠 팀의 패스는 무시하고 흰색 셔츠 팀의 패스 횟수를 말없이 세어달라고 부탁했다. 실험이 한창 진행 중일 때 고릴라 의상을 입은 한 여학생이 등장했다. 이 여학생은 약 9초간 농구공을 주고받는 학생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와 고릴라처럼 가슴을 두드리고는 제자리로 돌아갔다. 실험이 끝난 뒤 학생들에게 "고릴라를 봤느냐"는 질문이 주어졌다. 놀랍게도 실험에 참가한 학생 중 절반이나 되는 학생들이 고릴라를 보지 못했다. 학생들은 왜 고릴라를 보지 못한 것일까. 미국의 인지심리학자인 크리스토퍼 차브리스 뉴욕 유니언칼리지 교수와 대니얼 사이먼스 일리노이대 교수는 심리학 역사상 독창적이면서도 재미있는 투명 고릴라 실험으로 이그(Ig) 노벨상(괴짜 노벨상)을 수상했다. 이 실험은 심리학 입문 교과서에 실렸으며 뉴욕타임스나 월스트리트저널 등 유수 잡지에 대대적으로 소개됐다. 평범해 보일 수 있는 실험이 유례 없는 인기와 주목을 끌게 된 이유는 사람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무엇을 못 보고 있으며 심지어 놓치고 있는지를 흥미로운 방식으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이 책에서 저자들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 그 동안 전혀 의심하지 않고 굳게 믿었던 상식과 검증 받은 지식이 사실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었음을 증명해 보인다. "인간의 행동 중에 일상의 착각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분야는 하나도 없으며 이런 착각을 하지 않는 사람 또한 한 명도 없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인간의 인지능력의 한계를 주의력 착각, 기억력 착각, 자신감 착각, 지식 착각, 원인 착각, 잠재력 착각 등 6가지 착각으로 분류해 설명한다. '고릴라 실험'은 주의력 착각이 가져오는 결과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실험이다. 실험 대상자 중 절반의 학생들이 고릴라 의상을 입은 여학생을 보지 못한 것은 패스 횟수를 세는 데 너무 집중했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들은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심리적 오류, 인식 능력의 한계를 다양한 실험을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는 동시에 오류와 착각에 빠지지 않는 방법, 두뇌를 효과적으로 개발하는 방법 등을 소개해준다. 1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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