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던 시에허는 일단 흑19로 받았다. 백에게 A로 끊기는 수가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중원이 비어 있는 터이므로 어떻게든 수습이 된다고 본 것이다. 게다가 흑19는 하변 전체를 위협하는 수였다. 백20은 하변 수습의 맥점. 흑21의 후퇴는 어쩔 수 없다. 흑23으로 하나 끊어둔 것은 기민했다. 이 수순을 게을리하고 그냥 참고도1의 흑1에 붙이면 백은 2에서 8까지로 반발할 것이다. 나중에라도 흑이 A에 끊으면 백B,흑C로 백이 몽땅 잡히겠지만 흑이 A에 끊었을 때 백은 B에 받아주지 않고 다른 식으로 받을 것이 뻔하다. 백26의 보강은 절대. 이 수를 생략하면 참고도2의 흑1이 통렬하다. 백은 2로 받을 수밖에 없는데 흑3으로 넘어가고 나면 백대마는 여전히 미생이다. "자체 보강도 보강이지만 차후에 백이 B에 붙이는 끝내기가 엄청나게 커요. 뒷맛도 많고요."(김영삼) "여기 와서는 백이 역전에 성공한 것 맞지?"(필자) "맞아요. 흑이 덤을 내기 어려운 바둑이 됐어요."(김영삼) "언제 역전이 된 걸까?"(필자) "좌변 접전에서 흑이 포인트를 많이 잃었어요. 아웃복싱을 할 장면에서 공연한 기대기행마를 한 게 치명적인 실수였어요."(김영삼)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