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사건도 여럿이 머리를 맞대면 답이 나오더군요." 법조계의 '역전의 명수'로 떠오른 조세분야 전문 변호사 강석훈 변호사(48∙연수원19기∙사진)는 치열한 법리 다툼이 벌어지는 조세소송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로 협업을 꼽았다. 지난 2007년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끝으로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 강 변호사는 소속 로펌인 법무법인 율촌의 독특하고도 효율적인 협업체제를 높이 평가했다. 율촌 조세팀은 소속 변호사들은 물론 회계사, 관세사와 세무사 등이 한 데 모여 의뢰인의 요구를 분석한 뒤 서로 다른 시각을 몇 번이고 교환하면서 최적의 답을 찾아가는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적게는 4명에서 많을 때는 10명까지 한 회의실에 모여 사건을 분석한다. 때로는 '해답'을 찾기 위해 변호사든 회계사든 다른 팀원들 앞에서 발표를 하기도 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펼치기도 한다. 그를 뒤집기의 명수로 만들어 준 엔화스와프 예금 사건도 이 과정을 거쳤다. "처음 사건을 접했을 때는 과세당국의 결정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금융 이론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금융전문 변호사와 팀 소속 세무사 등과 찬찬히 상품구조를 분석하다 보니 정기예금으로 보고 이자소득세를 물린 세무서의 처분에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엔화스와프예금은 지난 2002년께 처음 선보여 절세 혜택으로 인기를 모았던 상품이다. 이 상품은 시중은행에서 가입자가 맡긴 돈(원화)을 엔화로 매입한 후 연리 0.25%의 정기예금에 넣어두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엔화예금과 원-엔 선물환거래가 함께 묶여있는 구조다. 당시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엔화의 가치가 꾸준히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예금 설계자들은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엔화를 다시 우리 돈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선물환 차익)을 염두에 두고 이 상품을 만들었다. 그러나 과세당국은 '계약체결일 당시에 이미 약정된 선물환 환율에 따라 차익을 얻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확정금리를 지급하는 정기예금과 다를 바 없다'며 의도적으로 세금을 회피한 상품이라고 봤다. 강 변호사가 사건을 맡기 전까지는 법원도 '정기예금'으로 판단이 기울었다. 그러나 그가 처음으로 행정법원에서 승리를 거두자 시각이 법조계의 시각이 달라졌다. 그가 내세운 논리는 ▦선물환 계약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상품의 수익은 예금기간에 비례해 늘어나는 이자와 본질적으로 다르며 ▦시장에서 작동하는 원-엔 실물환율에 따라 환차익이 달라 고객별 이익도 차등이 있다는 내용 등이었다. 결국 대법원은 "(상품을 구성하는) 엔화정기예금계약은 선물환계약과 구별되는 별개의 계약으로 인정된다"며 "이자소득세의 과세대상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강 변호사는 조세분야의 '블루 오션'으로 원산지 인증과 엮인 분쟁을 들고 있다. FTA의 본격적인 시행으로 국가라는 경계선을 놓고 역내와 역외 생산의 구분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최근 금괴 수입 과정에서 불거진 원산지 인증 관련사건이 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며 "앞으로 FTA 무관세 혜택을 받으려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분쟁도 덩달아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 변호사와 함께 조세송사의 신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율촌 조세팀은 소순무 조세그룹대표를 필두로 변호사 25명, 공인회계사 9명을 비롯해 총 50명의 전문가들이 모여있다. 팀에 소속된 회계사와 세무사 등은 7~8년 가까이 실무경험을 축적한 각 분야 전문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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