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시행령의 국회 수정권한을 명시한 국회법 개정안이 ‘삼권분립 위배’라는 청와대의 주장에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이 발끈하고 있다.
이종걸 새정연 원내대표는 31일 “국회의 입법권을 무시하는 정부의 시행령들이 널려있다”며 “정부의 공무원들이 헌법 공부를 안 하고 있다”고 모법에 위반되는 시행령 전면 수정 방침을 재확인했다. 새정연은 당 정책위를 중심으로 국회 상임위별 전수조사를 통해 법률을 뛰어넘는 시행령 손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 노조위원장 출신인 김기준 새정연 의원과 론스타의 ISD 소송을 지적하고 나선 박원석 정의당 의원 등 야권은 론스타 사태와 세월호 침몰 사건 등 정부 시행령의 폐해 사례들을 집중 거론하면서 국회법 개정안의 필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를 상대로 5조 원대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벌이고 있는 론스타 사태의 발단은 모법을 넘어선 시행령을 악용한 ‘관치금융’의 대표적 사례라는 주장이다. 금산분리법에 따르면 산업자본이 금융회사 지분의 4% 이상을 매수할 수 없지만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인 2003년 금융감독위원회는 ‘부실금융기관의 정리 등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예외로 한다’는 은행법 시행령 8조 2항에 따라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 51%를 취득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결국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입매각을 통해 수조 원을 벌었고 심지어 ISD 제소를 통해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을 지연시키고 불합리한 과세를 했다”며 5조 1,000억 대의 소송을 제기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론스타는 은행법에 의해 명백하고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산업자본이다. 산업자본은 국내법에 의해서 금지된 투자형태”라고 시행령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김기준 새정연 의원은 “론스타 사태는 은행법 시행령을 과도한 유권해석 한 것에서 발단이 된 것”이라며 “시행령도 문제이지만 정부의 입맛대로 시행령을 해석하는 것도 보완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침몰사건 당시에도 ‘법 위의 시행령’ 논란이 제기됐다. ‘불량선박’ 세월호의 운항을 허가한 한국해운조합 이사장이 해양수산부 간부 출신임이 드러나면서부터다. 당시 공직자윤리법은 퇴직 공무원의 관련 단체 취업을 금지했지만 취업 가능 예외 규정을 담은 시행령으로 인해 ‘해피아(해양수산부+마피아)가 양산됐고 결국 세월호 사건의 발단이 됐다는 것이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4대강 사업을 “정부가 입맛대로 시행령을 가지고 논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예비타당성 조사를 의무화 하는 국가재정법을 뛰어넘기 위해 국가재정법 시행령 13조 2항을 개정해 국가 예산을 투입했다는 것이다. 박 정의당 의원은 “예비타당성 검사를 받지 않기 위한 정부의 꼼수”였다며 “이외에도 의료영리화를 추진하려는 의료법 시행령 등 정부사업을 위한 막무가내 시행령 개정이 지금도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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