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현지시간) 독일 쾰른에서 개막한 '게임스컴 2012' 전시회. 유럽 최대 게임 전시회라는 명성에 걸맞게 영국ㆍ프랑스ㆍ터키 등 유럽 전역에서 온 게임 마니아로 행사장은 아침부터 북적댔다.
한국을 대표해 단독 전시장을 차린 넥슨과 엔씨소프트에도 관람객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하지만 신작 게임에 대해서는 연신 감탄사가 터져 나와도 정작 회사 이름을 아는 경우는 드물었다.
한국 회사가 만든 게임이라는 설명에 깜짝 놀라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세계 시장이 주무대인 게임에 '한국'이 반드시 들어갈 필요는 없다.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자국 게임처럼 보이는 것이 오히려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한류 열풍과 연결시키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릴 수 있다.
한류의 대표주자로 부상한 K팝과 드라마는 가장 경쟁력 있는 문화 콘텐츠로 꼽히지만 게임만큼 위력적인 한류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약 5,000만달러의 음악과 영화를 수출했다. 게임에서는 이보다 40배가 많은 22억달러를 벌어들였다. 국내에서는 천덕꾸러기 신세인 게임이 실제로는 한국 문화의 제일선을 담당하는 효자 종목이라는 이야기다.
정부는 국산 게임을 육성하기보다 규제에 앞장서왔다. 지난해 11월 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 접속을 제한하는 '셧다운제'를 도입했고 지난달부터는 부모가 자녀의 게임 이용시간을 정하는 '게임시간 선택제'까지 시행했다. 정부는 이런 규제에 앞서 지금의 한류 열풍이 게임과의 시너지를 통해 한층 파급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아무리 이질적인 소재라도 게임 속에서는 얼마든지 상상력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쉬운 예로 게임 내에 K팝을 음악으로 삽입하거나 서울 거리를 배경으로 쓰는 식이다. 이 모든 노력은 게임업체의 독자적인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온라인 게임은 이미 애들이나 하는 오락이 아닌 디지털 시대의 공용어로 부상했다. 국내 시장이 활력을 잃었는데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는 경우는 없다. 진흥과 규제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우리 게임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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