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여야 정치인들이 협상과 타협을 거쳐 국회의 표 대결을 통해 해결해야 할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이다. 이를 여론조사로 해결하자는 것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정치적 결정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로 제1야당 대표 입에서 나올 수 없는 말이다. 그뿐 아니다. 인준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16일로 연기하자는 여야 합의가 이뤄진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국민 앞에서 한 약속을 뒤집다니 '신뢰의 정치'에 어울리는 행위인지 의문이 든다.
게다가 얄팍한 속셈이 너무도 뻔히 보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갤럽의 전화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자가 총리로서 '부적합'하다는 의견은 41%로 '적합' 답변 29%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민주정책연구원의 최근 세 차례 적합도 조사에서도 '부적격' 답변이 1차 52.9%, 2차 53.8%, 3차 55% 등 모두 과반으로 나왔다. 이런 정황을 고려한 셈법에서 나온 여론조사 제안이라면 꼼수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평소 정정당당한 정치를 표방했던 문 대표답지 않은 처신이다.
여론조사가 무슨 만병통치약인가. 2012년 대선 때 '문재인·안철수'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도 그러더니 이번에 또 여론조사 카드를 내밀었다. 하지만 국회의 헌법상 권한인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는 여론조사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헌법을 무시하고 국민이 위임한 대의민주주의 책무까지 저버린 여론조사 제안은 발상의 황당함을 넘어 위험천만한 도박이 될 수도 있음을 문 대표는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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