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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은 지난 2009년까지만 해도 금산분리 완화가 당론이었다. 이명박 정부와 마찬가지 입장이다. 3년 만인 2012년 8월 새누리당은 민주통합당보다 강력한 금산분리 방안을 들고 나왔다. 3년 만에 의원들의 생각이 정반대로 바뀐 것일까.
사실 많은 의원은 현재 정부의 금산분리 정책이나 새로운 방안의 장단점, 업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확실하게 알고 있지 않다. 새누리당에서 금산분리를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경제민주화실천모임조차 대부분의 회의를 '스터디 모임'이라고 부른다.
3년 전이나 지금이나 확실하게 알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의 주장이나 일부 여론의 주장을 따라가는 경향이다. 금융 관련 산업구조가 복잡하다 보니 제대로 알고 논쟁을 벌이는 경우가 드물다.
의원 스스로는 큰 틀의 방향만 공감하고 있다. 대기업 산하 금융회사의 위험성이 다른 계열사로 퍼지는 것을 막고 제2금융권으로 금융감독에서 비켜난 보험사나 카드사ㆍ저축은행의 대주주가 고객 돈을 빼돌리는 폐해를 막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밑에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야당과의 여론전에서 승리해야 하다는 압박감이 상당하다. 소수의 의원이 주도하면서 다수의 의원은 내용을 몰라서, 혹은 미운털이 박힐까 봐 반대 의견을 내지 못하는 분위기도 있다.
실천모임 소속이며 박근혜 캠프의 정책위원인 강석훈 의원은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금산분리가 기본 틀"이라면서도 "산업자본과 은행을 분리하는 데는 공감도가 높지만 상대적으로 제2금융권에도 은행보다 완화해 금산분리 정책을 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산분리는 수십년간 지속적으로 논의한 안건이기 때문에 갑자기 정리되기는 어렵다"면서 "더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예비 후보는 경선 이후 금산분리 강화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다만 실천모임 방안과 별개의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기업가 출신인 전하진 의원은 금산분리 방안 중 대기업 총수의 의결권 제한에 강력하게 반대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총수 지분이 10%라면 주주총회에서 90%가 반대하는데 10% 때문에 의결된 것이 있었나. 삼성 주주들이 총수가 가공의결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그 사람 말을 따르는 것인가. 지분소유 비율을 넘어서 주주들의 믿음 같은 게 있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보다 전문경영인이 더 잘할 수 있는지 어떻게 확신하는가. 굉장히 주관적"이라고 지적했다.
경제학과 교수 출신인 이만우 의원은 속도조절을 강조했다. 그는 "국회에서 여야가 잠정 합의해 금산분리 완화 법안을 통과시킨 게 2009년"이라면서 "얼마 지나지도 않아 한꺼번에 경제민주화 법안을 입안하는 것에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민주화 관련법은 다음 정권에서 꾸준히 연구해야 하는데 대선 전까지 급히 서두를 게 아니다"라면서 "실천모임의 방안이 그대로 당의 방안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다만 "대기업의 지분제한이 은행뿐 아니라 제2금융권에 적용돼야 한다"고 밝힌 그는 '금산분리 강화로 외국자본이 유입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와 같은 극한적인 상황에서나 가능하며 지금은 이미 대부분의 지주회사를 외국계가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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