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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대형 무기도입 너무 서두른다

차세대 전투기(F-X) 사업이 지난달 30일 설명회를 열면서 국방부의 대형 무기도입 사업들이 구체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F-X사업 ▦대형공격헬기사업(AH-X) ▦해상작전헬기사업 등 주요 사업을 모두 합하면 소요 예산만 14조원 이상 드는 대규모 사업이다.

이 무기 도입 사업은 제안서 접수 후 대상 기종을 최종 선정하기까지 잡은 기간은 6개월이다. 통상적으로 전투기의 경우 기종을 선정하고 평가 후 계약까지 2~3년가량 걸리는 데 비해 지나치게 빠른 감이 있다.

당장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송영선 새누리당 의원은 "5만원짜리 장난감 하는 것도 아닌데… ."라며 서두르는 정부를 비판했다. 국회 국방위원회의 비공개 보고서에서는 한국국방연구원(KIDA)가 지난 2010년 낸 사업타당성 보고서에서 사업 참여 업체들이 제안서를 내는 데만 최소 6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이 보고서는 이들 사업에 배정된 올해 예산들이 집행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는 의견을 냈다.

주무부처인 방위사업청은 이미 길게는 1990년대 초반부터 검토해온 사업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F-X 사업의 경우 10년 전부터 추진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사업 타당성에 대한 검토가 충실히 이뤄졌을 수 있지만 그 기간이 오롯이 대상 기종의 적합성을 따지는 데 쓰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권 후반기에 대규모로 무기 도입을 서두른 것은 역대 정부 대부분이 답습했던 일이다. 정치변수로 사업의 지속성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점 때문에 미리 사업을 집행한 것이다. 그러나 무리한 무기 도입 과정은 거의 여지 없이 탈이 나, 다음 정권에서 대대적 비리 사건으로 이어졌다.

노태우 정부 후반기 진행된 '율곡사업'은 비리가 불거지면서 감사원 감사와 국회 국정조사로 이어졌다. 문민정부에서도 첨단 무기도입사업인 백두사업 등으로 정권 마지막 두 해에 32억달러의 무기를 사들였고 다음 정부에서 무기도입 스캔들로 번졌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고 했다. 2~3년 걸릴 무기도입 사업을 6개월 안에 끝내려는 시도가 문제다. 이명박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에서 올해 안에 차기 전투기 사업에서 미국의 F-35 전투기를 도입하겠다고 밀약했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판이다. 이 정부에서 성급히 벌인 사업들이 상당수 탈이 나고 있다. 국방마저 그렇게 만들 수는 없는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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