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중반 들어 슬슬 동창회를 나가보면 다들 말들도 많고 꽤 흥겨운 듯하지만 가만히 보면 왠지 쓸쓸한 분위기가 감돈다. 대부분 정년퇴직하거나 명퇴해 제2의 인생을 시작해야 하는 시기이다.
말이 좋아 새로운 인생이지 벌어놓은 돈도 없고 넉넉한 연금도 다 남의 이야기이다. 앞으로 경기가 좋아질 전망도 없다.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이었던 건설·조선·자동차·IT산업 등도 더 이상 성장할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대기업조차 이런데 중소기업이나 2차3차 밴드업체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외국인노동자 최저임금 보장도 쉽지 않을 정도로 납품 단가인하 압박을 받고 있는데 이는 원청기업의 재정압박이 일차적 원인이다.
문제는 이러한 경기침체가 순환적 위기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잠재적 성장동력이 고갈되고 저출산 고령화 현상과 겹쳐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장기적 추세라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40년 장기불황이 도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만일 그렇다면 매우 심각하다. 지금 50대인 베이비붐 세대들은 부모봉양과 자식부양의 짐을 동시에 짊어지고 살아온 세대라서 노후자금이 별로 충분치 않다.
설상가상 자식농사라도 잘돼야 하는데 잘 키워봐야 취직도 안 돼 계속 부담을 져야 하는 상황이 됐다. 본인 주머니도 비어 있으니 앞날이 암담한데 살아야 할 세월은 아직 30~40년이나 남았다.
이런 문제는 단순히 경제논리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더 늦기 전에 정치권에서 특단의 조치가 세워져야 한다. 그러라고 그렇게 많은 비용을 들여 국회를 운영하는 것 아닌가. 지금 한국 경제의 문제는 이미 시장논리로 풀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 느낌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