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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인종차별로 얼룩진 아베크롬비&피치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IFC몰 홀리스터 매장. 미국 유명 캐주얼브랜드 홀리스터는 국내 첫 매장을 열면서 남성 모델 4명을 섭외해 상의를 벗고 고객과 사진을 찍는 개점 홍보행사를 열었다. 홀리스터가 세계 곳곳에서 매장을 열 때마다 갖는 이벤트다.

사건은 이 중 한 모델이 눈을 가늘게 뜨고 입을 벌린 채 양손으로 영어 알파벳 'V'를 만든 자세로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일어났다. "하하하 그들이 (이런 걸) 좋아해(Hahahaha they ruhhvvv itttt)"라는 글도 남겼다. 동양인의 가늘게 찢어진 눈과 서투른 영어 발음을 희화화한 것으로 풀이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가 이전 홍콩 개점 행사에서도 고객과 찍은 사진에서 가운뎃손가락을 든 모습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퍼나르기되며 사건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홀리스터의 모기업인 아베크롬비&피치는 지난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미개인이 사는'아시아, 아프리카에는 입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아시아 시장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러던 중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자 울며 겨자 먹기로 2010년 일본, 2011년 홍콩에 이어 이번에 한국 땅을 밟게 된 것이다.



이 같은 배경으로 볼 때 이 모델의 일관된 행동은 개인적인 퍼포먼스에 그치지 않아 보인다. 아베크롬비 본사 측은 누리꾼들의 비난이 빗발치는 가운데서도 "본사에서 파견한 모델들이 개인적으로 한 행동으로 아무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다 지난 10일에서야 미국 현지에서 "자사의 모델들이 한국에서 동양인 비하 논란을 일으킨 것을 사과하고 해당 모델과 계약을 해지했다"고 외신에 띄웠다. 본사의 철저한 교육과 관리가 있었다면 아시아 일대에서 이 같은 비하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글로벌 기업의 덕목 중 하나는 세계화와 동시에 현지화로 표현되는 다양성 인정이다. 세계가 하나된 지금 이 같은 편협한 마인드를 고수하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가 없다. 극동의 한국에서 벌어진 일이 전세계로 삽시간에 퍼지며 결국 글로벌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는 게 현실이다. 억지로 한국에 상륙한 아베크롬비&피치는 이번에 얻은 뼈아픈 교훈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아베크롬비를 치면 인종차별이 연관 검색어로 뜬다. 이미지가 기업의 생명을 좌우하는 시대에 이 기업의 수명이 어디까지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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