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5월 여야 새 원내대표 들어서면 총선 의식 선심성 경쟁
9월 중 3대과제 공청회 갖고 정기국회에서 드라이브 걸어야
공기업 개혁 2탄은 생산성·효율성 민간기업 수준 높이는 것
"내년 4월까지가 공적연금 개혁, 공기업 개혁, 규제완화를 위한 다이아몬드타임입니다." 집권여당에서 공무원연금 등 3대 연금 개혁과 공기업 개혁, 규제완화를 책임지고 있는 이한구(68·사진) 새누리당 경제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서울경제신문과 지난 14일, 17일 두 차례 인터뷰를 갖고 "올 정기국회에서 세 가지 과제를 처리하는 게 좋지만 아무리 늦어도 내년 2월, 4월 국회가 데드라인이 돼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 기간이 골든타임보다 더 중요한 다이아몬드타임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위원장은 "내년 5월 여야의 새 원내대표가 들어서면 오는 2016년 4월 총선을 대비해 선심성 경쟁으로 달릴 것"이라며 개혁 타이밍을 놓쳐서는 희망이 없다고 지적했다.
당청 9월부터 개혁 본격 시동
새누리당은 4월 경제혁신특위를 만들며 연금개혁분과·공기업개혁분과·규제완화분과를 두고 공공 부문 개혁을 추진해왔다. 세월호 참사, 안대희·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 파동,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궐선거 등이 맞물리면서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으나 내부적으로는 쉼없이 개혁안을 다듬어왔다. "2016년 4월 총선, 2017년 12월 대선, 2018년 6월 지방선거가 있어 이번 다이아몬드타임을 놓치면 고질적인 문제가 고착화돼 자포자기 상황으로 갈지도 모릅니다."
이 위원장은 '공공 부문의 효율성을 올려야 경제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공적연금과 공기업 개혁을 통해 공공 부문의 비효율성과 부조리를 해소해 민간 부문의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일으키자는 게 그의 지론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진하는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 부양은 나중에 부담으로 돌아오게 돼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연금 개혁, 공기업 개혁, 규제 개혁, 공기업과 대기업 노조 개혁, 서비스산업 육성 등을 통해 실물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이에 따라 이 위원장은 오는 9월 중 공무원연금 등 연금 개혁 공청회를 필두로 공기업 개혁 공청회, 규제완화 공청회를 각각 갖고 여론화 작업을 시작해 정기국회에서 제반 법안들을 내놓고 설득에 나설 예정이다. 그 전에 고위 당정청회의도 가질 방침이다. 이 중 연금 개혁은 당과 청와대가 중심이 돼 추진하고 공기업 개혁과 규제완화는 당이 뒷받침하는 형태다. 정부는 20일에는 2차 규제개혁장관회의를 갖는 등 규제완화와 서비스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개혁하기 위해서는 기득권집단과 싸울 수밖에 없어요. 벌떼처럼 달려들면 개혁이 실패할 수밖에 없어 국민이 돕고 언론이 지원해줘야 합니다." 이 위원장은 정치인, 공무원, 공기업, 공기업과 대기업 노조, 의사·약사·변호사 등을 기득권집단으로 규정했다.
공적연금 개혁 안하면 미래세대 희망 잃어
공적연금의 경우 이 위원장은 "연금 재정 상황이 좋지 못해 이대로 가면 국민들이 부담할 없는 수준으로 악화돼 미래세대가 희망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은 월급에서 7%를 본인이 내면 국가가 7%를 부담해 총 14%를 적립하는 방식으로 퇴직금(근무기간×재직 평균 임금)의 1.9%를 지급하고 물가 인상률만큼 인상해주죠. 그런데 연금 수준이 국민연금과 너무 격차가 심하다 보니 국민의 반발이 심각하고 젊은 층은 고시에 매달리고 있어요. 미국처럼 실리콘밸리 등 민간에 인재가 몰려 도전과 창의력을 발휘해야 하는데 우리는 공공 부문이 방만하게 경영하면서 혜택이 많으니 그쪽으로 몰려요." 공무원연금은 지난해까지 누적적자가 12조2,265억원에 달해 지난해에만 1조9,982억원의 적자를 국고에서 보전해줬다. 군인연금도 지난해 적자(1조3,692억원)를 국고에서 보전 받아 메웠다. 이 보전액은 납입액(1조2,684억원)보다도 많아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9~12월) 정기국회에서 야당과 이 문제를 풀어야 돼 법안을 제출하고 컨센서스를 이루는 과정을 거칠 것입니다. 하지만 관료집단과 공공 부문 종사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반대할 것이고 야당은 국민과 관료집단 사이에서 눈치를 볼 것입니다." 실제 역대 정권들도 연금 개혁을 추진하려다 관료집단과 공공 부문 노조의 집단반발로 번번이 개혁작업이 좌초됐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와 윤 일병 학대 사망 사건 등으로 공직사회와 군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어 공적연금 개혁을 밀어붙일 호기가 됐다는 게 당청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이 위원장은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확정한 뒤 군인연금과 사학연금 개혁도 공무원연금 개혁에 준해 처리할 방침이다. 하지만 개혁 드라이브를 거는 과정에서 개혁 대상인 공무원들은 저항을 우려해 배제하고 청와대와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청와대에서는 당초 경제혁신특위 공적연금분과위원장이었던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 연금 개혁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그동안 공무원들에게만 (연금 개혁을) 맡겨놓아서 잘 안 됐기 때문에 우리가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개혁에 착수했어요. 국민 눈높이에 맞게 현실감 있게 추진하겠습니다."
이에 대해 공무원 노조 등은 "공무원 월급 수준이 민간보다 낮고 자연스레 퇴직금도 적은데 연금마저 깎는 것은 가혹하다"며 "공무원연금 재정도 잘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지만 이 위원장은 "공무원연금 재정이 나빠진 것은 고령화로 연금 받는 사람이 예상보다 많이 늘어난데다 공무원연금 재정 운용도 잘 못하고 연금제도가 내는 것보다 많이 받도록 유리하게 해놓았기 때문"이라며 "연금 운용을 잘 못한다는 노조의 주장은 일리가 있으나 나머지는 국민 전체가 풀어야 한다"고 일축했다.
"절충점을 찾아서 공무원연금의 혜택을 국민연금에 비해 격차를 없앨 수는 없지만 많이 줄여 비슷한 방향으로 가되 퇴직금은 지금보다는 좀 더 후하게 해주는 시스템으로 가서 전체적으로 혜택이 줄도록 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 공무원연금 혜택을 국민연금(월급의 4.5%를 내면 국가가 4.5%를 채워 적립)만큼까지 떨어뜨리지는 못하더라도 상당폭 줄이되 퇴직금으로 일부 벌충해주겠다는 게 이 위원장의 계획이다.
공기업 개혁 목표는 국민 서비스 질 높이기
"공기업 개혁의 궁극적인 목표는 공기업들의 생산성·효율성을 민간기업 수준으로 올려 국민에 대한 공공서비스를 훨씬 더 잘할 수 있도록 능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이 위원장이 제시한 공기업 개혁의 2탄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불요불급한 자산정리 등 부채감축과 과도한 복지혜택 축소 등을 올 8월까지 끝내도록 한 공기업 개혁 1탄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지금도 공기업 개혁 1탄을 진행하는 데가 있어 10월에 가서 다시 체크할 것"이라며 "앞으로는 생산성·효율성을 민간 수준으로 높이는 동시에 공기업이 특혜를 받거나 우월한 지위에서 민간기업을 억누르지 못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기업이 많은 경우 자회사를 수십개씩 거느리는데 30개 공기업의 출자회사가 400개가 넘어요. 공기업 하나하나가 재벌인데 경영은 주인 없는 방만경영이 이뤄지죠. 비효율과 각종 부조리, 부정부패, 노조의 이권개입이 여기에서 나와요. 공무원들의 관피아(관료+마피아) 못지않은 먹이사슬이 있어요. 공기업 개혁은 경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정의나 정치개혁을 위해서도 필요하죠. 정치권이 죽기 살기로 싸우는 이유도 공기업을 먹거리로 보는 것 아니겠어요." 이와 관련해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달 최근 5년간 30개 공기업(자회사와 손자회사 412개)에서 144명의 퇴직자가 자회사나 출자회사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공기업 퇴직자들의 출자회사 낙하산 인사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퇴직자들의 자리를 만들어주다 보니 유사·중복사업을 벌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코레일은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의 자동차 대여, 택배 사업이 코레일관광개발의 렌터카, 코레일로지스의 무인택배 사업과 겹치는 측면이 있다.
이 위원장은 "공기업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민간을 억누르면 안 된다"며 "공기업이 정치적 전리품 노릇을 하며 낙하산 인사는 물론 일감 몰아주기 등 재벌들의 행태를 다 하고 있는데 국민들은 재벌은 미워해도 공기업은 미워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청와대도 낙하산 인사를 끊임없이 공기업에 내보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공기업이 출자회사를 만들 때 정부와 협의하도록 법제화하는 한편 기존 출자회사의 필요성에 대해 정기심사를 하고 공기업과 출자회사 모두 인사·예산 등의 공시 수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He is… 기자명 |
"경제활성화, 자산시장보다 실물경제 키우는데 치중해야" 고광본 기자 |
대담=고광본 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