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이 대폭 완화되면서 광우병에 감염된 쇠고기가 우리 식탁에 올라올 것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민들 사이에는 곰탕, 갈비탕 등 ‘광우병 위험식품 목록’이 나돌면서 해당 음식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보건사회단체 등은 미국산 쇠고기 불매운동에 나서고 있다. 평소 직장 근처 설렁탕집에 자주 다닌다는 회사원 정모(32)씨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이 결정된 후 설렁탕 먹기가 꺼려진다”면서 “광우병 때문에 설렁탕이나 갈비탕 등 쇠고기 음식류 보다 다른 음식을 골라야겠다고 말하는 동료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특히 한국 음식문화상 소뼈를 고아 국물을 내거나 곱창 등 내장을 즐겨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가 전방위로 들어올 경우 광우병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어느 나라보다도 높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곰탕, 갈비탕 뿐 아니라 햄버거, 라면, 젤리, 과자, 비빔밥, 돈가스 소스, 조미료, 냉면 등 광우병 위험식품 목록 30개가 돌아다니고 있다. 가공식품이라면 일단 광우병 전염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한다는 것. 학교나 군대 등 단체급식에 값싼 미국산 쇠고기가 쓰이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온다. 주부 이모씨는 “앞으로는 수입산이라고만 해도 조심해야겠다”면서 “중학생 아들도 학교에서 급식을 실시하는데 (광우병 감염 가능성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가 나올까봐)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변혜진 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국장은 “영국에서는 인간 광우병이 발병한 200명 중 10명을 빼놓고 모두 사망했다”면서 “특히 한국인의 95%가 광우병에 취약한 유전자인 ‘메티오닌-메티오닌(MM)’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감염 위험이 더 높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보건의료단체연합은 학교 급식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외식업체를 대상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사용하지 않습니다’라는 안전 스티커를 붙이는 참여토록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도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각종 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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