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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고임금-저고용 악순환 끊어야

초임·피크임금 선진국보다 높아… 조기퇴직 많고 일자리 증가 저조

기업 투자 줄이며 성장기회 상실… 국가는 복지비용 늘며 재정 부담

노사정 임금구조 개선 대타협을




새해 우리 경제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청년실업과 조기퇴직으로 인한 중년실업, 그리고 고령화로 인한 노년실업까지 전 연령대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해 고통을 겪고 있다. 선진국과 달리 연금체제가 구축되지 않고 사회보장체제도 완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업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으며 우리의 경제 성장을 제약하는 주된 요인이다.

실제로 대학을 졸업한 후 정규직 일자리를 얻는 것도 어렵지만 비록 일자리를 찾더라도 공기업 직원이나 교사, 그리고 공무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4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 사이에 조기퇴직하게 되며 그 후 우리 노동 시장의 특성상 다시 일자리를 구하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퇴직 후 길게는 35년 이상을 연금이 없는 실업 상태에서 소득 없이 살아야 하는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는 원인은 다양하다. 기업 투자가 늘어나야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는데 노동 생산성이 낮아 기업 투자가 늘어나지 않는 데도 원인이 있으며 기업이 충분한 과학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정규직을 과보호하는 고용제도에도 문제가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원인은 우리의 임금구조에 있다. 우리나라의 정규직 대졸 초임은 경쟁국인 대만이나 홍콩보다 2배 높다.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보다 2배 정도 높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 있는 것이다. 여기에 직장생활 중 가장 높은 임금을 받는 시기인 생애 피크임금과 초임과의 격차 역시 우리는 3배 이상인 데 비해 일본이나 독일 등 선진국은 2배 미만이다. 초임도 높고 생애 피크임금도 선진국보다 높은 임금구조 때문에 기업이 투자를 꺼리면서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고 조기퇴직 또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임금은 왜 이렇게 높게 형성돼 있는가. 이는 먼저 많이 받고 빨리 퇴직하는 우리의 임금과 고용구조 때문이다. 기업과 노동자 사이에 신뢰가 형성돼 있지 않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통해 초임부터 생애 피크임금에 이르기까지 높은 임금을 요구하게 된다. 기업 또한 이렇게 높은 임금을 주는 노동자들을 오래 고용할 수 없기 때문에 40대 중반부터 50대 초반 사이에 조기퇴직시키는 방안으로 대응하면서 지금과 같은 우리나라만의 임금과 고용구조가 만들어지게 됐다. 고임금과 저고용의 악순환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이러한 임금과 고용구조는 결국 노동자와 기업 모두에 손실을 가져다준다. 기업은 투자를 줄이면서 성장 기회가 없어지게 되고 노동자들은 비록 처음에는 임금을 많이 받지만 조기퇴직에 일자리까지 줄어들면서 손해를 보게 된다. 국가 또한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저성장 기조가 정착되고 복지수요가 늘어나면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증가로 반복적으로 외환위기의 위험에 노출되게 된다. 임금구조와 고용구조를 개선해야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고 지금의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우리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실업 문제는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추격으로 기업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임금구조 개선을 위해 노동조합은 생산성에 비해 과도하게 높게 형성된 초임과 생애 피크임금을 낮추고 기업은 조기퇴직을 줄이도록 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먼저 많이 받고 일찍 퇴직하는 구조에서 생산성에 맞게 받고 오래 일하는 구조로 바꾸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노동계 그리고 기업이 대타협을 통해 지금의 불합리하고 비정상적인 임금과 고용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의 미래는 어둡다는 것을 우리 모두 인식할 필요가 있다.

김정식 한국경제학회장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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