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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베이비부머의 은퇴
입력2011-01-04 18:35:08
수정
2011.01.04 18:35:08
지난 연말과 새해를 맞으면서 미국 언론이 주목한 주제 가운데 하나가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문제였다. 세계 2차 대전 직후인 1946년부터 1964년 사이에 태어난 7,800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는 정치ㆍ경제ㆍ문화 등 다방면에서 세계를 이끌었던 초강대국 미국의 번영을 맘껏 누린 세대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쇠락을 맞으면서 베이비부머들의 노후는 초라해지고 앞으로 미국사회도 이들을 부양하기 위해 막대한 부담을 지게될 것이라 전망된다. 앞으로 19년간 매일 1만명씩 은퇴한다는 실감나는 표현처럼 베이비부머의 은퇴는 미국의 큰 과제다.
65세 노인층에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인 메디케어만 하더라도 한해 투입되는 비용이 무려 4,450억달러로 미국 전체 예산의 13%를 차지하고 있다. 노인층 인구가 늘어나고 수명이 연장되면 의료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62~67세 사이에 지급되기 시작하는 사회공적연금(국민연금과 유사한 형태)의 수급대상자도 4,400만명에서 20년 뒤에는 7,300만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반면 이들 세대의 은퇴로 노동인구의 증가는 현저히 더디어지고 세수 역시 늘어나는 속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게 돼 가뜩이나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는 미국의 재정사정을 더욱 악화시키게 될 것이다.
개인입장에서도 베이비부머들의 주머니 사정은 전 세대에 비해 한결 어려워 보인다. 그들은 저축과 거리가 멀었다. 미국의 저축률은 1970~1980년대 10%대에서 2007년에는 마이너스 1%까지 떨어졌다. 기업 근로자의 절반 가까이 가입한 401k(확정갹출형 기업연금)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수익률이 추락해 근로자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또 주택가격이 뒷걸음질을 계속하면서 주택가격보다 모기지 대출이 더 많은 이른바 '깡통주택'의 비율도 20%가 넘고 있다. 앞으로 미국 노인의 절반가량이 빈곤한 생활을 하게 될 것이라는 우울한 조사도 나왔다.
하지만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은퇴하는 미국 베이비부머들은 최소한 기본적인 의식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제3자의 눈에는 부럽게 보인다. 유럽에 비해 복지후진국이라지만 기초적인 생활을 유지시켜주는 사회공적 연금과 기업연금, 그리고 개인연금으로 연결되는 3중의 경제적 안정장치가 여전히 작동하고 최소한의 주거나 의료 역시 국가에서 보장하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선주자들의 복지 선점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역동적 복지' '정의로운 복지' '한국형 복지'등등. 말의 성찬 속에 50대 때부터 은퇴로 내몰리는 한국의 700만 베이비부머의 앞날은 더욱 암담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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