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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허위사실공표죄 혐의에 대해 23일 법원이 벌금형 500만원을 선고함에 따라 조 교육감이 추진해온 자사고 폐지, 혁신학교 확대, 일반고 살리기 등 핵심사업이 표류하게 됐다. 지난 2012년 곽노현 전 교육감이 후보자 사후 매수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데 이어 조 교육감도 유죄 확정판결을 받을 경우 서울에서 진보교육 실험은 또 한번 주저앉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 교육감은 이날 밤 선고 직후 "1심 유죄판결이 2심과 3심의 유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서울 교육의 여러 핵심정책들은 굳건히 실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유죄판결이 났기 때문에 확정판결 전이라도 사업 추진동력을 잃는 게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으로 조 교육감이 취임 초기부터 교육부와 갈등을 빚으면서도 적극 추진했던 자사고 폐지 정책의 미래도 불투명해졌다. 교육부가 자사고 지정 취소에 대해 취소처분을 내림에 따라 법적 대응도 불사할 방침이지만 유죄 확정판결을 받을 경우 자사고는 면접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방식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올해 혁신학교를 100개까지 늘릴 것을 목표로 삼고 학교당 6,500만원을 지원하는 등 혁신학교 띄우기에 나섰지만 호응이 이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임기 3년차에 당선무효가 된 곽 전 교육감도 법정에 서면서 핵심적으로 추진했던 서울 학생인권조례, 혁신학교 확대 등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가거나 뒤집어진 적이 있다.
동시에 혁신학교, 민주시민 교육 등에 한목소리를 내던 전국 12곳의 진보교육감동맹도 힘을 잃을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조 교육감을 비롯해 이재정 경기 교육감, 이청연 인천 교육감 등은 수도권교육감협의회를 별도로 구성해 황우여 교육부총리와 간담회를 마련, 누리과정 문제 해결방안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바 있다.
조 교육감은 이날 최후진술에서도 "(이번 판결이) 개인의 운명이 아니라 서울 교육 미래의 4년과 운명적으로 연결된다고 믿는다"며 개인이 아닌 서울 교육감에게 무죄를 내려줄 것은 호소하기도 했지만 배심원들은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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