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7월과 2008년 6월.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4·스위스)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0·미국)가 각각 마지막으로 메이저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때다.
두 황제는 이후 부침을 겪었지만 중요한 것은 아직도 현역이며 황제로 불린다는 것이다. 페더러는 나이 차가 열살 안팎인 후배들과의 랠리에서도 뒤지지 않고 있으며 우즈는 올해야말로 7년 가까이 계속된 메이저 가뭄을 끝내겠다는 각오다. 메이저 타이틀 추가 소식을 먼저 알릴 황제는 어느 쪽일까.
어쩌면 페더러는 이미 답을 가졌는지도 모르겠다. 19일부터 호주 멜버른 멜버른파크에서 열릴 시즌 첫 테니스 메이저 대회 호주 오픈에 세계랭킹 2위 페더러는 최고 몸 상태로 출전한다. 메이저 승수를 추가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페더러는 "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멜버른에서 노려볼 수 있다.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집에 있는 편이 나았을 것"이라는 말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자신감의 근거는 뚜렷하다. 페더러는 지난 11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끝난 브리즈번 인터내셔널 우승으로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통산 1,000승을 찍었다. 역대 세 번째이자 현역으로는 처음. 아홉 살 어린 밀로시 라오니치(8위·캐나다)와의 2시간 접전을 이겨내고 통산 83번째 우승컵을 수집했다.
1998년 프로로 전향한 페더러는 지난해 초만 해도 세계랭킹이 8위였다. 12년 만의 개인 최저. 2013년 윔블던 64강 탈락 등의 슬럼프가 반영된 순위였다. 그해 페더러의 우승은 1승이 전부였다. 하지만 스테판 에드베리(스웨덴)를 새 코치로 영입한 페더러는 휴식 대신 더 많은 대회 출전을 강행하며 자신을 몰아붙였다. 지난해 11월에는 허리 부상 속에서도 투혼을 발휘하며 스위스에 데이비스컵(남자 테니스 국가대항전) 첫 우승도 안겼다. 지난해 다섯 차례 단식 우승을 쌓은 페더러는 세계 2위로 시즌을 마무리했고 새해 첫 대회에서 대기록까지 수립하며 부활을 알렸다. 페더러는 2년6개월 만의 메이저 제패이자 메이저 통산 18번째 우승으로 정초부터 '페더러 시대'를 다시 열 참이다.
지난해 이미 윔블던 준우승으로 메이저에서도 감을 잡은 페더러는 최근 경쟁자들의 부진과 맞물려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페더러와 함께 호주 오픈 네 차례 우승을 자랑하는 세계 1위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는 지난주 카타르 오픈 8강에서 떨어졌다. 페더러의 '영원한 라이벌' 라파엘 나달(3위·스페인)도 같은 대회 1회전에서 127위에게 졌다. 오른 손목 부상 탓에 지난해 7월 윔블던 이후 3개월간 테니스를 쉬었던 나달은 "100% 회복까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호주 오픈 단식 챔피언에게는 310만호주달러(약 27억5,000만원)가 주어진다.
한편 우즈의 메이저 통산 15승이 걸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는 4월 마스터스다. 우즈는 2주 뒤 피닉스 오픈을 시작으로 메이저 승수 추가 가능성을 점검한다. 잭 니클라우스(미국)는 15일 인터뷰에서 "우즈는 자신의 훈련 성과에 확신을 찾기 위해 예년보다 빨리 대회에 출전하는 것 같다"며 지난달 이벤트 대회에서 범한 연속 '뒤땅'에 대해서는 "우즈의 쇼트 게임 능력이 어디로 가지는 않는다. 단지 조금 녹슬었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나도 중간에 3~4년간 메이저 우승 없이 지내다가 다시 승수를 추가했다. 우즈도 그럴 것"이라며 "우즈의 커리어는 끝나지 않았다. 잠시 소강상태였을 뿐"이라는 말로 변함없는 지지를 보냈다. 니클라우스는 메이저 최다승(18승) 기록을 가졌다는 이유로 언제나 우즈와 관련한 질문을 받는다. 우즈는 지난해 허리 부상 탓에 PGA 투어 7개 대회 출전에 그쳤고 우승 없이 두 차례 컷 탈락했다. 성공적인 재활로 통증을 완전히 털었다는 우즈는 29일 PGA 투어 새해 일정에 돌입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