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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6월 5일] 엇갈리는 경기전망, 헷갈리는 국민
입력2009-06-04 17:48:14
수정
2009.06.04 17:48:14
“정말 요새는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네요.”
국내 한 제조업체의 관계자는 최근 정부 정책 당국자들의 엇갈린 경기전망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향후 경기상황의 예측을 통해 투자 여부를 결정하게 마련인데 정부부처 내에서도 서로 다른 경기전망을 내놓다 보니 도대체 누굴 믿고 투자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이다.
실제로 최근 경제부처의 수장들은 현 경제상황을 놓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일 제주도에서 열린 ‘한-아세안 경제협력포럼’에서 “생산과 지출이 좋아지고 있다. 경제전망을 나쁘게 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며 비교적 긍정적인 경기전망론을 내놨다. 반면 이에 앞선 지난달 29일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1급 간부회의 석상을 통해 부하직원들에게 “경제가 여전히 좋지 않은 상태임을 지속적으로 홍보하라”고 주문했다. 국가 경제를 책임지는 양대 주무부처의 장관이 경기전망에 대한 엇박자를 드러낸 셈이다.
물론 정부부처 내에서도 세부적인 경제정책의 목적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똑같이 한 목소리만 내기 힘든 측면이 있다. 경제정책의 큰 밑그림을 그리는 기획재정부의 입장에서는 경제지표만 놓고 봤을 때 긍정적인 경기전망을 얘기할 수 있고 최근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지식경제부는 경기 회복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이 구조조정의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의식했을 수도 있다.
문제는 정부 정책 당국자들의 엇갈린 발언이 시장과 국민에게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향후 경기전망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당국의 엇박자는 시장의 불신만 더욱 가중시킬 뿐이다. 우리는 이미 지난해 정부와 통화 당국이 서로 다른 신호를 보내 시장의 혼선을 초래했던 1기 경제팀의 과오를 목도한 바 있다.
지금의 얼어붙은 내수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주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향후 경기예측을 가로막는 안개가 걷힐 때 소비자들은 그에 맞는 지출을 할 것이고 기업들은 안정성을 기반으로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지금은 경제부처 수장의 일관된 목소리를 통해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되찾을 때다. 정부의 목소리가 엇갈릴수록 국민은 더욱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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