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 한옥을 접목한다?’ 경북 경주시 신평동에 위치한 라궁(羅宮)은 한국 전통의 주택양식으로 호텔을 만든다는 다소 이색적인 콘셉트에서 출발한 건축물이다. 하지만 특유의 개방성을 특징으로 하는 한옥과 개인의 프라이버시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호텔의 공간적 특성은 서로 부딪칠 수밖에 없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때문에 라궁의 설계는 처음부터 한옥의 특징을 유지하면서도 전과는 전혀 새로운 ‘한옥’을 만들어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구조와 지붕은 한옥을 유지하면서도 모던한 입면 구성을 하거나 한옥 본채에서 목(木)구조를 연장하여 마당을 덮는 아뜨리움을 만드는 등 다양한 변주를 시도했다. 설계 초기에는 한옥 숙박채를 분산 배치하는 형태도 논의됐다. 하지만 관리여건과 동선을 고려했을 때 효율성이 떨어지는 게 단점이었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도입된 것이 회랑이라는 개념이다. 회랑은 각 숙박채를 연결하는 통로로, 모든 객실은 각자 독립적 마당과 전망을 갖추면서도 하나의 몸체로 연결됐다. 호텔로써의 특징도 잘 살렸다. 각 숙박동은 별도의 마당과 함께 밖으로 열린 풍경을 지니도록 계획되었다. 숙박동 중 ‘누마루형’은 돌출돼 자연으로의 개방감을 더 잘 즐길 수 있도록 계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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