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장에서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자동차 업계의 질주가 이어지고 있고 국내시장에서는 수입차 업체들의 공세가 가속화되는 등 내우외환의 상황 속에서 현대자동차 노조가 무리한 요구조건을 내걸고 파업을 결의해 비난이 일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9일 울산공장에서 400여 대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쟁의발생을 결의했다. 노조는 오는 13일 전체 조합원 4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돌입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노조는 이에 앞선 지난 6일 제17차 협상에서 임금ㆍ단체협약 협상이 여의치 않자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문제는 국내외 자동차시장 흐름이 현대차에 상당히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시장에서는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업체들의 질주가 이어지고 있다. 도요타의 경우 지난 2ㆍ4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7.9%가 늘었고 순이익은 93.6%나 증가했다. 엔저로 가격경쟁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이 같은 자신감에 힘입어 올해 글로벌 생산 목표치를 기존 계획보다 18만대 증가한 1,012만대로 늘렸다.
이는 현대차의 실적이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올 상반기 현대차 매출액은 44조5,50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조2,750억원으로 7.7%나 줄었다. 영업이익률도 11%에서 9.6%로 떨어졌다.
사정은 국내 자동차시장도 마찬가지다. 올해 7월 한 달간 국내에서 팔린 수입차는 1만4,953대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8.9%나 증가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수입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12.3%까지 높아졌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국내외 자동차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현대차 노조는 무리한 요구안을 내세워 회사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임금 부문에서 노조는 기본급 13만498원 인상과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800%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순이익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경우 노조원 1인당 3,2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기본급ㆍ수당 인상과 상여금 지급 등 노조 요구안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기존 급여 외에 노조원 1인당 1억원가량을 줘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해 현대차 직원들의 평균 급여가 9,4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연봉보다 더 많은 액수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노조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조합활동에 민ㆍ형사상 책임을 묻지 말라는 요구도 하고 있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노조활동에 대한 무조건적인 면책특권을 요구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노조는 정년을 만 61세로 연장할 것과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자녀의 취업지원을 위한 기술취득 지원금 1,000만원도 요구하고 있다.
노조의 과도한 요구는 9월 노조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7개의 계파가 선명성 경쟁을 벌이면서 요구안이 커졌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2년 임기인 노조 집행부 선거와 맞물린 임단협 협상은 더욱 그런 양상을 보여왔다고 현대차 관계자는 설명했다. 실제로 이달 6일 문용문 노조위원장이 교섭 결렬을 선언하려고 하자 노조 측 일부 교섭대표가 "너무 섣부른 결론"이라며 반대 입장을 나타내기도 해 노노갈등 양상을 빚기도 했다.
노조는 1987년 설립 후 1994년, 2009~2011년 등 4년을 제외하고 총 23년 동안 파업을 벌였다. 기간만 해도 390일. 이로 인해 12만4,458대의 차량을 생산하지 못해 13조3,73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현대차는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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