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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현실과 거리먼 대학생 주거대책


중국 춘추시대 정(鄭)나라 사람은 신던 신이 다 떨어져 자신의 발 크기를 잰 뒤 신발을 사러 시장에 갔다. 그는 마음이 급한 나머지 발 치수를 잰 종이를 가지고 가지 않았다. 일단 시장에 들러 자신의 발에 맞을 것 같은 신발을 신어보니 꼭 맞았다. 그냥 사서 신어도 되련만 자꾸 집에 두고 온 종이가 생각난 그는 신발 장수에게 나중에 사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집에 갔다 종이를 들고 다시 와보니 신발 장수는 이미 자리를 뜨고 없었다.

한비자(韓非子)에 나오는 이야기다. 흔히 '탁상행정(卓上行政)'을 비판할 때 자주 인용되는 고사다. 시장에서 직접 신어 맞춰본 자신의 발을 믿지 못하고 집에서 잰 치수를 맹신하는 정나라 사람이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만드는 공무원과 닮아서 그렇다.

국토해양부의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정책은 탁상행정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대학생들의 주거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됐지만 정작 당첨된 학생들은 전셋집을 못 구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정부가 제도를 설계하면서 시장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학가 인근 원룸주택을 소유한 집주인들은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한다. 보증 조건도 까다롭고 제출 서류 요건도 복잡하니 임대를 꺼릴 수밖에 없다. 학생들이 방을 못 구하자 국토부는 부랴부랴 부채비율을 완화하고 제출 서류를 간소화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아직 시장의 현실에는 한참 모자란다. 처음 제도를 설계할 때 현장에 직접 나가 집주인이나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시장 조사를 하고 보다 정교하게 정책을 입안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국토부는 정책 오류에 대한 반성은커녕 오히려 지난 11일 "입주대상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보니 25% 정도는 오는 3월 이후에 입주를 희망하고 있어 현 계약(예정) 실적대로라면 2월 입주 예정자의 절반 정도는 계약이 끝난 셈"이라며 궁색한 변명을 했다. 다산(茶山)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에 '찰물(察物)'이라는 말이 나온다. '물정을 살피라'는 뜻이다. 공복(公僕)이라면 책상에 앉아 정책을 고민할 게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다산의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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