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위기의 공포에 시달리는 프랑스가 이번에는 '제로 성장'의 쇼크에 휩싸였다. 은행권의 신용경색 조짐이 확산되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경기침체의 골마저 깊어짐에 따라 유로존 위기가 결국 프랑스로 옮겨붙을 것이라는 위기감도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오는 1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릴 독불 정상회담에서 획기적인 금융시장 안정 방안이 나올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프랑스 통계청 앙세(INSEE)는 12일(현지시간)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4분기 대비 0.0%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당초 전문가들과 시장의 전망치인 0.3% 성장률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으로 시장에서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프랑스의 1·4분기 GDP 성장률은 0.9%였다. 특히 프랑스 경제를 강력하게 지탱해온 가계지출이 크게 줄어들어 향후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올 1·4분기에 0.4% 늘었던 가계지출은 2·4분기 들어 오히려 0.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앙세는 "프랑스의 경기침체는 무엇보다 가계지출이 전 분기보다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7월 프랑스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전월 대비 0.4%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유로존 부채위기와 글로벌 경기회복 둔화 우려로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가계지출이 줄었고 제조업 제품 가격 상승과 식품 및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이 겹쳤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스피로 소버린 스트레티지의 재정 부채 컨설턴트인 니콜라스 스피로는 "최근 프랑스 경제 지표들은 지난 몇 달 동안 현저히 둔화되는 모습을 나타냈다"며 "걱정스러운 성장세를 고려할 때 프랑스 정부가 적극 나서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미국의 소형 신평사인 에건 존스는 프랑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시켰다. 숀 에건 회장은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프랑스 신용등급을 낮췄다"며 "향후 프랑스 신용등급이 A로 더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프랑스 정부와 은행들은 4,850억달러(524조원)나 되는 그리스 대외부채 중 567억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는 또 유로존의 6개 AAA 등급 국가 중 부채비율이 가장 높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7.1%에 이어 올해는 5.7%로 예상되는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내년에는 4.6%로 낮추고 2013년에는 3%까지 떨어뜨리겠다고 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이처럼 유로존 사태가 악화됨에 따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파리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유로존 재정위기 타개를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AFP와 유럽1라디오 방송 등 유럽 현지 언론들은 12일(현지시간)양국 정상이 만나 지난달 마련한 합의안 이행과 유로존 공동 위기관리 체계 강화를 포함한 역내 경제 현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거론되는 방안은 유럽 구제금융 체계인 유럽재정안정기구(EFSF) 기금 확대와 유럽 공동채권인 유로본드 발행 문제다. EFSF 기금은 4,400억유로로 이탈리아와 스페인 같은 큰 경제를 지원하기에는 부족한 규모인 만큼 우선 이를 확충하자는 것이다. 유로본드는 2013년 중반까지 한시 운영하는 EFSF가 종료된 후 유럽 공동채권을 도입, 시장에서 국채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회원국이 필요한 재원을 충당할 수 있도록 하자는 구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프랑스의 재정위기가 금융위기로 바뀔 수 있다는 두려움이 시장을 엄습한 탓"이라며 "프랑스가 불신을 빨리 진정시키지 못하면 불행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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