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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을 앞두고 서울 서초 갑에서 여당 공천 전쟁이 시작됐다. 비박(비박근혜)계 경제통 이혜훈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과 대통령의 멘티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서초 갑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 전 최고위원과 조 전 수석은 20일 잇달아 국회 정론관을 찾아 20대 총선의 서울 서초 갑 출마를 선언했다. 새누리당 내 양대 계파의 대표적인 여성 주자가 출마 선언을 함에 따라 서초 갑 지역에서 공천 전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두 정치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10분 간격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신경전을 벌였다. 이 전 최고위원은 출마 선언문에서 "새누리당과 국회에 제대로 된 경제전문가가 별로 보이지 않는데 법률전문가는 차고 넘친다"고 지적한 뒤 "야당을 압도할 경제통이 되겠다"면서 변호사 출신인 조 전 수석에 대한 비교우위를 드러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서초구민에게는) 힘 있게 서초의 문제를 해결할 다선 중진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밝혀 20대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3선 중진'이 될 수 있는 정치적 경력을 자랑하기도 했다. 3선이 되면 상임위원장을 맡을 수 있는 중진으로 분류된다. 상임위원장은 '국회의원의 꽃'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국회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는 "초·재선이 '문제 제기자'라면 3선 이상은 '문제해결자'"라며 "당선 다음날부터 서초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 전 수석은 '서초의 딸'이라는 배경과 '친박계 대표주자'임을 내세우며 이 전 최고위원에 맞섰다. 조 전 수석은 "지난 1976년 구반포로 이사 온 이래 서초는 지금까지 저를 키워주시고 저의 성장을 지켜봐주신 곳"이라면서 "서초는 저 조윤선의 뿌리 그 자체"라고 호소했다. 이 전 최고위원이 '다선 중진'으로 지역에 기여하겠다고 한 반면 조 전 수석은 대통령과 가까운 정치인임을 부각했다. 조 전 수석은 "모두 천일이 넘도록 당 대변인, 총선과 대선의 선대위 대변인으로 일했다"며 "한 정권의 탄생과 성장을 함께했다"고 말했다.
서초 갑은 여당의 텃밭으로 분류되는데 김회선 새누리당 의원이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격전지로 떠올랐다. 여기에 더해 공천 경선이 계파 간 대리전 양상을 띠면서 후보자들 간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두 정치인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도 신경전을 이어갔다. 이 전 최고위원과 조 전 수석은 회견 후 거의 비슷한 시각에 기자실을 돌며 기자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현재 새누리당 내에서는 이 전 최고위원과 조 전 수석 외에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처남인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도 서초 갑에 뛰어들었다. 다만 김 대표는 처남의 출마 사실에 "경선을 해서 경쟁력 있는 사람이 뽑히는 것이니 알아서 하라"며 선을 그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경석기자 kada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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