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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패러다임 전환 시급한 전력정책


지루한 장마가 지나가고 연일 섭씨 35도를 웃도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러한 전국적인 폭염은 냉방전력 수요를 급증시켜 올 여름 20차례가 넘는 전력수급경보를 발령시켰으며 이달 중순 전후가 올 여름 전력수급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무려 200만㎾의 전력공급이 부족한 올 여름 전력수급은 9ㆍ15 순환정전사태가 발생한 2011년의 경우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블랙아웃 같은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이미 전력수급위기 대책을 발표하고 산업계와 국민들의 적극적인 절전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절전참여 호소로는 전력난 극복 못해

전력수급 위기가 지난 몇 년 동안 계속되는 것은 전력공급 능력 확충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검증 부품사용 등으로 원전 6기의 가동이 중단됨으로써 전력공급에 차질이 발생한 것이 단기적인 요인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낮은 전기요금에 따른 전력 과소비현상이 그동안 급속하게 진행돼왔기 때문이다. 우리의 전력소비는 지난 10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전체보다 5배 이상 빠른 연평균 약 5% 이상 증가했으며 이로 인해 국내총생산 대비 1인당 전력소비량은 일본의 3배, 미국의 2배에 달하고 있다.

그동안의 전력 과소비는 생산원가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낮은 전기요금과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서 다양하고 복잡하게 부과되고 있는 에너지 조세 및 부과금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경직된 전력가격과 왜곡된 에너지원 간 상대가격 구조로 인해 전력수급 조절을 위한 가격의 기능이 상실되고 석유 등에서 전력으로의 전환수요 급증, 전력수요관리 정책의 비효율성 등이 야기됨으로써 우리나라의 전력 과소비가 계속 심화된 것이다. 따라서 점차 한계상황에 이르고 있는 기존의 공급확충 위주의 전력수급정책을 수요관리 중심으로 과감히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시점이며, 기존의 에너지가격체계에 대한 체계적인 검토와 개선을 통한 전기요금의 전력수급 조절기능 회복이 중심이 돼야 한다.

요금 현실화로 합리적 소비 유도 필요



먼저 원가주의에 입각한 전기요금의 현실화가 필요하며 2011년 7월 도입됐으나 실행이 유보된 전기요금 연료비연동제를 시행해 연료비 변동에 따른 전력시장의 가격신호를 소비자에게 적기에 전달함으로써 합리적인 전력소비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또한 냉ㆍ난방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동ㆍ하절기의 전력수급 안정화를 위해서는 수요관리형 요금제로서 그동안 제한적으로 시행됐던 계시별요금제의 적용범위를 보다 확대하고 선택형 피크요금제의 전면적 실시를 통해 전력 과소비에 근본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수요관리형 요금제인 계시별요금제와 피크요금제는 전력의 피크시간대를 분산시킴으로써 전력수급의 안정성을 제고시킬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전력소비를 유도함으로써 소비자가 오히려 전력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동안 정부는 전력수급위기 때마다 산업계와 일반국민들의 절전운동 참여를 끊임없이 요구했으며 정부의 재원을 불필요하게 낭비했다. 근본적으로 전력소비를 낮추기 위한 가격 시스템은 구축하지 못하고 초단기적인 부하관리에만 정책을 집중함으로써 오히려 국민들의 전력 과소비를 조장한 측면이 있다.

이제 이러한 시대착오적인 국민호소형 전력수급정책은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에너지가격체계에 대한 건설적인 검토와 개선을 통해 전력을 비롯한 에너지원 간 공정경쟁 구조를 조성하고 전력요금제도의 혁신을 통해 가격이 전력수급을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 부담을 감내할 수 있는 정부의 과감한 정책결정이 필요하다. 또한 높아지는 전기요금을 국가 전력수급관리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보다 슬기롭게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국민들의 지혜도 동시에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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